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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구순구개열 무료 수술 봉사 23년…소외된 글로벌 이웃 건강과 행복 위한 행보 지속

베트남 구순구개열 무료 수술 봉사 23년…소외된 글로벌 이웃 건강과 행복 위한 행보 지속

기사승인 2018. 07. 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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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얼굴기형돕기회 회장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공로 인정 베트남 국가우호훈장 수훈
‘언청이’로 알려진 구순구개열은 태어날 때부터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소아선천성 질환으로, 국내 신생아 1000명 중 1.5~2명 꼴로 발병할 만큼 흔하다. 제때 수술받지 못하면 말을 잘 못하거나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구순구개열 환자는 대개 1차 수술을 받은 후에도 성장기에 맞춰서 평균 5회 이상 추가 수술을 받아야 안면부가 정상적으로 성장, 발달할 수 있다.

국내 대학병원과 봉사단체가 베트남에서 무료 구순구개열 수술을 23년째 해 와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세민얼굴기형돕기회가 그 주인공으로,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무료수술을 통해 3965명의 베트남 어린이들이 새 삶을 얻었다.

지난달 24~29일 베트남 푸옌 제너럴 병원. 베트남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될 ‘드림팀’이 떴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필두로 성형외과·정형외과·마취과 의료진, 자원봉사자 25명이 모였다. 수술방 3곳에서 4명의 수술이 동시에 이뤄졌다. 의료장비·인력, 무엇하나 완벽하지 않았지만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일. 4일 동안 구순구개열 환자 등 100여 명을 수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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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생후 6개월 된 베트남 아이. 수술방에 인계되기 전 부모 품에 안겨 있다.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수술방 앞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수술준비를 끝낸 3번 방. 공현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생후 6개월 반 된 다지증 아이 수술을 시작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환한 미소와 악수를 통해 부모를 안심시키고, 아이를 인계받아 수술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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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다지증 아이 수술에 앞서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시작이 좋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아이가 너무 어린 탓에 마취를 위한 혈관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 시간이 흐르면서 초조함은 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술은 시작됐다. 숙련된 공 교수와 의료진들의 손놀림은 빨랐다. 30여분 만에 절개와 봉합을 마친 아이는 회복실로 옮겨졌다.

수술 1번방 1번 베드에서는 구순구개열 환자 수술이 진행됐다. 김백규 서울대 성형외과 교수와 권희연 전임의가 한팀을 이뤘다. 수술 4번방에서는 압구정 YK성형외과 김용규 원장팀이 11세 남아의 안검하수 수술을 시작했다. 김 원장은 베트남에서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안검하수 수술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동호 부산 오투성형외과 원장은 수술 1번방 2번 베드에서 구개열(입천장) 여아 수술을 집도했다. 환자 위치를 바로잡고 수술을 시작하려는 찰라, 환자가 움직이자 의료진들이 일순간 긴장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백 교수가 환자 기도에 삽입된 튜브 등을 재차 점검하고, 마취약을 조절하자 환자는 곧 평온을 되찾았고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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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롱민 교수(왼쪽·세민얼굴기형돕기회 회장)이 구순구개열 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제공=분당서울대병원
백 교수는 쉴새 없이 수술방 3곳을 넘나들면서 수술 진행상황을 살폈다. 서울대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을 비롯한 이들은 백 교수와 오랜 인연 내지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평소 병원에서 수술의 ‘합’을 맞춰온 터라 베트남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의료진에게 공식적인 휴식은 없었다. 수술 후 새 환자가 올 때까지 잠시 숨을 돌릴 뿐이다. 점심식사도 수술방 사정에 맞춰 각자 해결했다. 모든 것이 신속하고 안전한 수술을 방해해선 안됐다. 하루 20여명. 그렇게 4일 동안 분당서울대의료진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베트남 어린이 100여명을 안전하게 수술했다.

누가 알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백 교수와 의료진들은 2009년과 2016년 베트남정부로부터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국가우호훈장을 수훈했다. 이는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으로, 베트남에서 활동한 외국 의료봉사단체 중 유일하다고 한다. 그만큼 백 교수와 의료진의 노고를 베트남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 - 의료봉사활동 종료 직후 한-베트남 의료진의 단체사진
의료봉사활동 종료 직후 한국과 베트남 의료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분당서울대병원
한국 최고의 의료진이 나선 만큼 부모들의 만족감과 감사함도 컸다.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은 소 하 나(2)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지냈는데 우리 아이가 새 얼굴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며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준 한국에 감사드린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검하수 수술을 받은 류 짠 나 우엔(4)은 “이제 TV도 오랫동안 볼 수 있고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돼서 기분 좋다”고 해맑은 미소를 띠었다. 다지증 수술을 받은 응우엔 테이 홍헝(7)은 “수술을 받고 발가락이 10개가 된 게 신기했다”며 “다른 아이들처럼 신발을 신고 재미나게 뛰어 놀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백 교수는 “20여년 전 베트남에서 안면기형 수술을 받았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성인으로 장성해 감사의 뜻을 표해올 때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된다”며 “소외된 글로벌 이웃의 건강과 행복을 돌보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가 23년째 베트남 봉사활동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데는 SK그룹의 지원이 컸다고 한다. SK는 세민얼굴기형돕기회와 ‘어린이에게 웃음을(smile for children)’ 무료수술 행사를 벌여왔는데, SK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SK는 지금까지 수술비 34억원을 전액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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