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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28] ‘대한항공’처럼 지리적 명칭 이용한 상표 등록은 가능한가

[이런 법률 저런 판결·28] ‘대한항공’처럼 지리적 명칭 이용한 상표 등록은 가능한가

기사승인 2018. 07.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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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관련해 ‘대한’이라는 명칭을 회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한’과 같이 특정한 지역을 나타내는 명칭을 ‘지리적 명칭’이라고 하는데,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만으로 된 상표’는 원칙적으로 상표로 등록할 수가 없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다른 식별력 없는 표장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현저성과 주지성으로 인해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어 특정 개인에게 그에 대한 독점사용권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례는 ‘천마산곰탕’ ‘백암온천’ ‘fifth avenue’ ‘london towne’ ‘old England’ ‘JAVA’ 등에 대해 지리적 명칭 등으로만 구성되어 식별력이 없다며 그에 대한 상표등록 거절결정 또는 무효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어떻게 상표등록이 가능했던 것일까?

상표법에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에 한정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에도 그 상표가 등록될 당시 상표법에서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상표인가를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상표가 등록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AMERICAN UNIVERSITY’에 관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AMERICAN’과 기술적 표장인 ‘UNIVERSITY’가 결합해 전체로서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있고 나아가 지정서비스업인 대학교육업 등과 관련해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고 있다며, 상표 등록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5후1454 판결). 대학교의 연혁, 학생 수, 대학시설, 국내외에서 알려진 정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AMERICAN UNIVERSITY’의 실제 사용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정서비스업인 대학교육업 등과 관련해 미국 유학준비생 등 수요자에게 대학교의 명칭으로서 상당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적 명칭’ 등이 포함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 또는 다른 표장과 결합해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지정상품에 관해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에는 상표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으로 이루어진 상표가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국가·인종·민족·공공단체·종교 또는 저명한 고인과의 관계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이들을 비방 또는 모욕하거나 이들에 대한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있는 상표’ 등 일정한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해당되므로,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상표등록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등에 대한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있는 상표’라는 사유는, 조약 변경으로 인해 상표등록이 사후적으로 조약에 위반되거나 상표가 보통명사화됨으로써 식별력을 후발적으로 상실한 경우 등 후발적 무효사유와 달리 원시적 무효사유로서 ‘등록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대한항공’ 상표가 등록될 당시 그 상표가 우리나라의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없었던 이상 그 등록은 유효하고, 그 이후 최근 총수 일가의 행위로 인해 ‘대한항공’ 상표의 계속 사용이 우리나라의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발생하였다는 점만으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현행 상표법상 국민들의 청원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선열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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