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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 러시아서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

“북한 노동자, 러시아서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

기사승인 2018. 07. 1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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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사히 '월드컵 스타디움 건설에 북한 노동자, 값싸고 과혹한 실태' 현지르포
좁고 더러운 컨테이너 생활, 월드컵 경기장 건설 참여 1명 사망도
54만원 월급, 러 알선업체 수수료 제외 대부분 북 송금
'움티티 잘했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서부에서도 일하고 있고, 여전히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등 가혹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러시아 월드컵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자 100여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노동자 1명이 심장마비로 숨진 채 컨테이너 창고에서 발견되는 등 가혹한 노동환경이 보도돼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벨기에전에서 후반 6분 프랑스의 중앙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오른쪽 두번째)가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키자 동료들이 껴안아주며 기뻐하는 모습./사진=모스크바 신화=연합뉴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서부에서도 일하고 있고, 여전히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등 가혹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월드컵 스타디움 건설에 북한 노동자, 값싸고 과혹한 실태’라는 현지 르포기사에서 월드컵이 끝났지만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의 주택단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은 북한 노동자들이 참여해 건설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현장감독은 “15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즈스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1일 3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노동자는 “북한 노동자들이 부지런하게 일한다”며 “그들은 러시아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 한글 담배 박스를 가지고 있어 교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면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아사히신문 기자는 인근 상점에서 북한 노동자를 만나 가벼운 인사를 교환하기도 했다.

공사 책임자는 취재 요청을 거부하면서 “그들은 다른 이주 노동자와 같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며 “아무 것도 나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현장에서 만난 키르기즈스탄 출신 노동자는 “북한 노동자들이 성실하게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지시한 이상의 일을 마무리한다”며 한달에 한번씩 북한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 내용은 반장에게 감시되고, 컨테이너 안은 좁고 더렵다고 전했다.

러시아 월드컵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자 100여명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노동자 1명이 심장마비로 숨진 채 컨테이너 창고에서 발견되는 등 가혹한 노동환경이 보도돼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아르툠 필라토브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기자는 복수의 러시아 알선 업체가 북한 노동자를 그룹 단위로 건설사에 파견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북한 사람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가족이 본국에 인질로 잡혀있어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급여는 월 3만 루블(54만원)이지만 북한 노동자에겐 일부만 주어지고, 알선 업체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는 북한으로 송금된다고 한다.

해외 노동자는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24개월 이내에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귀환을 명령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수가 줄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요시오카 아키코(吉岡明子) 캐논 글로벌 전략연구소(CIGS) 연구원은 “극동아시아에서 시작된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돈벌이가 지금은 러시아 서부로까지 확대됐다”며 “값싼 노동력으로 과혹한 환경에서 착취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그들이 본국에 있는 것보단 급여가 높고, 자유도 있다”며 “그래서 자진해서 러시아로 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15일 폐막한 러시아 월드컵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자들이 관여했다며 그들은 북한으로부터 6000km 떨어진 이국땅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입을 본국으로 보냈다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은 네바강과 핀란드만이 만나는 크레스토프스키 섬, 발트해를 조망하는 곳에 러시아 월드컵 개막 1년 전에 건설됐고, 벨기에-영국의 3·4위전과 4강·8강전, 그리고 조별 예선경기가 열렸다.

한국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치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을 담당했던 표트르 막사크바 기사장은 “명백하게 여기에서 북한사람들이 일했다”고 했고, 필라토브 기자는 “경기장 공기(工期) 막바지 때인 2016년 가을경부터 100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건설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요시마르 풋볼 매거진(Josimar Football Magazine)’은 지난해 3월 북한 노동자들이 경기장 밖에 있는 좁은 컨테이너 창고에서 머무르고 있는 등 노예처럼 감금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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