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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보영 전대법관 ‘시골판사’ 자원… 원로판사제 보완되길

[사설] 박보영 전대법관 ‘시골판사’ 자원… 원로판사제 보완되길

기사승인 2018. 07.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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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누구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시·군 법원의 판사임용을 자원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퇴임 후 지금까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임했다. 그러다 최근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가까운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근무를 희망한다는 뜻을 법원행정처에 밝혔다고 한다.

시·군 법원은 소송가액 3000만원 미만의 소액 민사사건이나 즉결심판, 협의이혼 등을 처리하고 주로 지역주민과 서민들이 찾는다. 이 때문에 소송당사자들이 거의 변호사 선임도 하지 않고 소위 실속도 없어 판사 지원자가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법원은 1995년부터 원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시·군 판사로 임용해왔으나 지원자가 없어 2010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런 자리에 박 전 대법관이 지원한 것이다.

전직 대법관들은 그동안 퇴임 후 대부분 유명 로펌에 재취업해 후배법관들로부터 전관예우를 톡톡히 받아와 물의를 일으켜 왔다. 대한변협이 전직대법관에 대해 2년간 변호사 등록 및 개업을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전직 대법관이 퇴임 후 갈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학의 로스쿨 교수, 법원의 조정센터 등에 불과했다고 한다. 따라서 퇴임 후 갈 곳이 없는 원로 법관에 대해서는 갈 곳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이는 법원 판결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륜을 겸비한 원로 법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서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대법원은 현재 임기를 마친 법원장급 고위법관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원로 법관제를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고위법관 출신 5명이 시·군 법원에서 소액재판 등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년이 65세로 제한돼 있어 재직기간이 짧은데다 1심법원 판사와 동일처우를 받으며 업무가 과중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들 자리 지원자들이 오래 머물기보다는 로펌에 취업 때까지 머물다 가는 자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고위판사에 대한 미국식 시니어 판사(Senior Judge)제도의 도입은 검토할 만하다. 업무량을 종전의 25%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줄여주고 그 대신 급여를 종전의 70%로 낮추는 한편 시골판사의 정년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업무도 소액심판 외에 일반조정사건, 사법행정, 외부봉사활동뿐 아니라 강의도 일정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법관의 시골판사 지원을 계기로 원로판사제도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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