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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장법인 이익은 公益인가 私益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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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8. 07. 26. 13:33

이제홍
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현), 전 한영회계법인 회장,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공인회계사·행시 10회
상장기업의 이익을 공익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익으로 볼 것인가? 최근 한 정치인이 이익을 많이 낸 삼성전자가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의 근로자에게 1000만 원씩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상장법인의 이익이 과연 공익인지 사익인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익하면 흔히들 공공의 이익이나 다수의 이익을 생각하고, 사익이라면 소수의 사람의 이익을 생각한다. 다수는 많은 사람을 얘기하지만 여기서는 주식 투자자 같은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의미한다. 공익으로 간주된다는 말은 “그 이익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백완기, 공익에 관한 제학설의 검토, 1996 : 306) 백완기씨는 이익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공유되고 있다는 전제 속에서 다수의 이익을 공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공익은 그 이익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고 공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이익을 말한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얘기한 대로 삼성전자가 세계 1위 기업이 된 것은 협력사를 쥐어짰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기업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도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큰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해체하여 중소기업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도 하고 있다. 이는 상장법인의 이익이 정당한 영업활동에 의하여 창출한 것이 아니며, 소수의 사람만이 향유하는 이익이라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시절 모 그룹 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를 강요받고, 그룹소속 상장법인의 비용으로 기부하여 그 이익을 손상시켰다. 이는 그룹회장이 상장법인의 이익을 마음대로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상장법인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의 요구, 노동쟁의 등을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쉽게 파업을 하여 상장법인의 이익을 훼손시키고 있다. 상장법인의 이익은 정당한 이익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고위공직자는 대우해양조선 노조의 파업결의에 대해서 “많은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참아가면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에 동참한 것을 무산시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이 그룹회장과 그 가족들이 잘못된 행동으로 지탄을 받으면 관련 상장법인에 대하여 빈번하고, 강력한 압수수색과 조사 등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이익을 손실시키는 일도 있다. 이 모두가 상장법인의 이익이 그룹회장과 그 가족의 사적 이익이라는 생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 상장법인의 이익을 사익이 아니라 공익으로 생각한다.

첫째, 상장법인의 이익은 수많은 주주와 주주의 가입자들이 공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환산주식 1.563%(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 소유, SK는 SK텔레콤 지분 25.22% 소유, 최태원 회장 등은 SK 지분 30.88% 소유)를 소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은 환산주식 12.31%(국민연금은 SK하이닉스 지분 10.00% 소유, SK텔레콤 주식 9.16% 소유, SK주식 9.21% 소유)를 소유하고 있다. 그 외 주주 약39만 3000여 명은 환산주식 86.127%를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2018년 1월 현재 가입자가 2200만 명이다. 그 외 주주 중에는 공무원연금·교직원연금·보험기금 등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SK하이닉스의 이익에 대한 공유자는 수천만 명일 것이다.

둘째, 주가는 실적의 함수이다. 상장법인의 이익 증감에 따라 이익 증감의 몇 배 또는 몇 십 배로 주가는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이론상 SK하이닉스의 투자자의 경우 이익이 감소하면 이익감소 금액의 7.23배(동일업종 PER 7.23배)의 투자손실이 발생한다. 주가는 PER(Price earning ratio)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PER는 현재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회사의 주당 시장가격을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이다(주당시장가격/주당이익). 특정 ‘상장법인’의 PER가 동일업종 평균 PER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되었다고 하고, 동일업종 평균 PER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 되었다고 한다. 적정주가는 주당이익에 동일업종 평균 PER를 곱한 금액이다.

마지막으로 상장법인의 이익 감소는 법인세 징수의 부진과 큰 폭의 주가하락으로 인한 연금·기금의 고갈로 국가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자들이 매월 낸 돈을 적립한 것으로 현재 635조 원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국민들에게 연금으로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우량 상장기업에 이 돈을 투자하고 어떻게든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수익을 많이 내는 게 공익에 잘 부합하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에 수익률이 7% 대였고 올해는 1.66%로 예상된다. 이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법인의 이익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이상에서 상장법인의 이익은 공익이므로 그 이익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룹회장과 그 친족, 정부, 근로자 및 관련기업 등은 상장법인의 이익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상장법인의 경영자는 많은 이익을 창출하여 주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정부 등은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하여 상장법인의 이익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주가에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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