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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허락 없이 셔터를 누르거나 몰래 찍으면 원칙적으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SNS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이들 중 모르는 이가 태반이고, 모든 이들이 촬영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촬영하면 초상권 침해가 아닐 수 있을까?
첫째, 공공장소나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한 것은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결론적으로 반만 맞는 이야기다. 초상권에 대한 침해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고 해서 당연히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더구나 공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촬영과 공개에 관한 명시적 동의가 있거나 동의를 했다고 촬영자가 믿을 만한 상황이 존재해야 한다. 사진에 찍힌 사람이 카메라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고 해도 초상 사용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어떤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대생 5명이 졸업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정장차림을 하고 학교 정문을 나오다 찍힌 사진이 ‘돈의 노예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기사에 삽입된 적이 있었다. 법원은 이 사안에서 초상권 침해뿐만 아니라 명예훼손도 인정했다. 서로 웃고 있는 사진이라고 해도 피촬영자들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초상이 사용될 것을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다.
둘째, 집회나 시위 현장의 촬영은 원칙적으로 초상권 침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고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초상이 촬영되거나 공개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집회·시위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의 공표나 활용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람의 사진을 사용하거나, 단순참가자를 클로즈업해서 집회·시위의 주도자처럼 묘사하는 경우, 찡그리는 표정이나 부자연스러운 동작 등을 순간적으로 촬영해 아무런 설명 없이 게재한 경우 등의 방법으로 부정적 인상을 갖도록 하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특정인을 강조하거나, 수치심이나 곤란함을 불러올 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면 당사자가 촬영에 동의했거나 촬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예상하거나 감수해야 할 초상의 활용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회·시위를 하면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주최 측이 집회 현장의 촬영 거부를 선언하기도 한다.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린다는 집회·시위의 본질적 목적에는 다소 어긋나지만, 초상권 침해의 가장 중요한 면책근거는 명시적·묵시적 동의라는 점에서 촬영을 거부하거나 제한한 집회·시위 사진의 활용은 초상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
요즘 TV를 보면 길거리 장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자이크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시청에 방해가 될 정도로 모자이크 분량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흉악범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초상권 침해 이슈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최정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