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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마다 씨가 임원이 됐을 당시, 많은 남성 동료들이 그녀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녀의 임원 승진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일명 ‘우머노믹스(womenoics)’ 정책 덕분에 시마다 씨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시마다 씨는 성차별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머노믹스’ 정책 시행 후 5년이 지난 현재 이전보다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한 회사의 지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팬 타바코의 여성 임원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시마다 씨는 “근본적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여성 참여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추진한 ‘우머노믹스’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묘사하고 있지만, 정책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결과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인난 속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평등 문제 전문가 이토 기미오 교토산업대 교수는 “아베 정부의 여성 중흥 프로그램은 성평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출산율 감소로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값싼 여성 노동력 제공으로 해결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가 성평등이나 일본의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 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더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게 함으로써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게끔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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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성노동인구 증가분 대부분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공기업의 여성 임원 수는 두 배로 늘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의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는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아베 총리가 말한 ‘성공’이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여성들을 일터로 복귀시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성평등’이 아니라 ‘조세이 가츠야쿠(女性活躍·여성 활약)’라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여성회의 연설에서도 아베 총리는 여성 과학자와 기업가들의 성공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들이 받고 있는 성차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아베 총리의 태도가 일본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문화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서, 이같은 ‘젠더 모델’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유치원을 짓는 것 이상의 것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도쿄의과대학 여성 차별 점수조작 스캔들만 보더라도 남성 수험생들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해 여성 수험생들을 떨어뜨린 동기는 ‘출산휴가를 받지 않는 남성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하고 싶다’는 여성 의사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 근본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의 야지마 요코 수석연구원은 “과거 일본 기업들은 여성 직원들이 출산 후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여성의 입사를 꺼렸다. 이제 여성들은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 하지만, 야근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여성의 입사를 꺼리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일본의 악습인 ‘장시간 근무’ 전통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면 평등한 노동 환경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지마 연구원은 이어 “다양성이 조직에 이롭다는 점을 일본 기업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