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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대출 규제에 소비자는 혼란...은행 문의 빗발

‘중구난방’ 대출 규제에 소비자는 혼란...은행 문의 빗발

기사승인 2018. 09.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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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A씨는 현재 서울시 강남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 중이다. 마포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해지자, 지난 7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추가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투기지역 아파트 구입 대금으로, 주담대 규제 회피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을 거절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시행된 작년 12월 이후 있었던 은행 대출 거절 사례 중 하나다. A씨의 경우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갭투자 또는 대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케이스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임대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며 이외의 주택시장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조였음에도, 오히려 8개월 간 부동산 시장 불안은 가중됐다. 그 원인으로 꼽은 것이 바로 A씨와 같은 사례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책 노선을 틀어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개인별 대출 한도도 더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강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기준이 되는 고(高)DSR를 낮추는 방식이다.

손바닥 뒤집기식 행보와 중구난방식 규제 검토 소식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갑작스런 정책 유턴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 수도권 중심의 시중은행 지점, PB센터에는 오전부터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졌다.

◇RTI 규제 강화?...‘모호한 시점· 알맹이 없는 내용’에 혼선 가중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부동산 임대사업자다. 금융당국이 RTI 추가 규제를 저울질하고 있어서다. LTV 규제 신규 적용 카드도 만지작대고 있다.

현재 RTI의 경우 주택 임대업자는 연간 이자가 연 임대소득의 1.25배, 비주택 임대업자는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신규 대출이 제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사업자가 월세로 125만 원이 나오는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이자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금액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이미 3월부터 시행 중이며 10월부터는 제2금융권도 도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 정확한 시점 등이 알려진 바가 없어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 예정자들의 문의가 가장 많았다. ㄱ은행 대출 담당자는 “새로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현재 계약금까지 걸어뒀는데 신규 등록자 혜택이 줄면 잔금 대출에는 문제 없는 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신규 등록자부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인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언론을 통해 어렴풋이 가늠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큰 듯했다”고 말했다.

다만 RTI 규제 강화로 이미 은행 영업점에선 임대사업자 대출의 신규 또는 만기 연장 과정에서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ㄴ은행 관계자는 “RTI가 시행되기 전까지만해도 추가 대출이 가능했던 고객이었으나, 상가 공실로 월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RTI 기준을 넘지 못해 신규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올랐으나 대출이 나오지 않다보니 자금 융통이 어렵고 임대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없는 사업자·영세사업자들이 RTI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DSR 규제 실효성 높이려면 80% 밑으로 낮춰야”VS“대출 거절 사례 많아질 것”
가계 주담대도 더 옥죈다. 오는 10월 도입되는 고DSR의 규제 비율을 기존 100%에서 80%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비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대출·자동차할부금 등 개인의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이미 100% 선에서 시중은행 재량에 따라 시행되고 있으나, 다소 느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시중은행 DSR 현황을 살피고 기준치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ㄷ은행 관계자는 “DSR 문의가 종종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워낙 임대업자 대출 규제에 관심이 쏠린 탓”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면 신규 주담대를 계획 중인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현재 분위기를 파악하며 내부 안내 지침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고DSR 기준선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 지다. 80%가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인 40%대 까지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 기준 80%는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볼 수 있다”며 “연소득 5800만원인 가구를 예로 들자면, 30년 만기 연 3.5% 금리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8억7000만원의 대출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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