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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락하면 집만 내놓고 남은 빚 탕감? 시중은행 ‘난감’

집값 폭락하면 집만 내놓고 남은 빚 탕감? 시중은행 ‘난감’

기사승인 2018.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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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대출자는 집만 반납하면 남은 빚을 탕감받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이 내년부터 민간 은행으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총 6억원을 대출받아 10억원짜리 집을 샀을 경우 주택 가격이 5억원으로 떨어져도 대출자는 집만 반납하면 된다. 나머지 1억원은 은행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금융공약 중 하나였던 비소구 주담대는 현재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 상품에만 적용된 상태다. 집값 하락에 따른 저소득층·노년층 등의 채무 부담을 줄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은행들은 내키지 않는 기색이다. 정책금융 상품은 주택금융공사 재원으로 손실을 충당하나, 은행은 이를 직접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데다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금과 대출금의 합계가 주택 시세를 뛰어넘는 ‘깡통주택’도 속출하고 있어 은행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소구 주담대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정부가 가계부채 한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있어, 대출금 이하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10월말 기준 전국 평균 LTV는 53.4%로, 채권자인 은행이 손실을 보기위해서는 집값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정책모기지에 비소구 주담대 도입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민간 은행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기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담보상품은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하고 부족한 금액은 다른 재산을 찾아내 가압류를 설정, 대출금과 이자 전액을 회수한다. 반면 비소구 주담대는 은행이 주택 매각으로 대출금을 다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집을 잃고 여타 재산까지 뺏겨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은행들은 비소구대출 도입을 꺼리고 있다. 가계빚 부실화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또 빚을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주택 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하면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대출자의 전략적 파산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6년에도 정부의 똑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민간 은행) 확대 시행이 무산된 바 있다”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기금을 조정하거나 일정 손실액을 보전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나설 유인이 없다”고 토로했다.

‘저소득자 보호 확대’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많다. 은행들이 주담대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대출금리를 인상해 관련 위험관리 비용을 차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고, 도덕적 해이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국내 금융환경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비소구 주담대는 LTV가 90% 이상이어야 의미있는 상품”이라며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부담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게 산정될 텐데, 이 상품을 이용하는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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