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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육군 워리어플랫폼과 현대전 개인장비의 극대화

[전인범 칼럼] 육군 워리어플랫폼과 현대전 개인장비의 극대화

기사승인 2018. 11.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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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조끼, 사격용 조준경, 야간투시경, 칼 등 전투장비
현장의 요구사항, 군 장비·무기 개발에 적극 반영 절실
전투원 요구 존중·성능 입증 장비 해외구매도 허용해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2003년 무렵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할 때 미군들은 사비(私費)로 야간투시경을 구매했다. 군에서 보급이 되기는 했지만 수량 부족으로 3명당 한 개 정도만 보급됐기 때문이다. 군용 물품과 장비의 판매나 구매가 비교적 쉬운 미국은 부대 매점(PX)에서 손쉽게 살 수 있어 외국에 파병 나가는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서 사용했다. 이를 미국 정부에서 뒤늦게 알고 개인들에게 돈으로 보전을 해 줬다고 한다.

2006년 레바논에서 전투를 벌이던 이스라엘 군인들은 방탄조끼가 부족하거나 보급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인별로 샀다. 심지어 손전등까지도 부족해 개인이 사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대전의 특성과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 군의 기본 전투장비 보급의 문제점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국군도 똑같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방탄조끼가 방탄 성능이 충분히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를 떠나 ‘방탄’ 성능의 기준과 부대별 보급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정해야 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 또 다양한 전장환경에 맞게 적절히 보급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예를 들면 보병의 방탄조끼와 포병의 방탄조끼가 같은 모양, 같은 무게여도 괜찮을까? 아니면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군인과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군인의 방탄조끼는 한가지로 통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현장의 요구사항, 군 장비·무기 개발에 반영 절실

지금 한국 육군에서 추진 중인 워리어플랫폼 사업은 일단 개별 전투원의 기본 장비의 현대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예비역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특히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비인가 장비(사제장비)를 개인이 사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육군의 정책적 판단이나 검토는 정말로 진일보한 마인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검토하는 것 마저도 쉬운 결정이 아니기에 더욱 지지를 보내고 싶다.

다만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현대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군사장비를 개발할 것을 주문한다. 무기 개발자들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데 예비역 장성이나 고급장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방탄조끼를 입고 활동하며 야간투시경을 쓰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와 무기 개발에 반영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의 요구 사항이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둘째, 전투원 개인의 요구를 존중해 줘야 한다. 예컨대 전투안경(고글)을 착용하면 눈이 보호되지만 이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가 손톱만한 파편이라도 날아오면 한순간에 눈을 다치게 된다. 미군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선글라스라기 보다는 눈을 보호하는 일종의 고글안경이다. 이러한 것을 군에서 보급품으로 규정해 일률적으로 보급하기에는 개인의 안면 골격이나 특성 때문에 규격화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장비들은 개인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일정 범위에서 그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도 국방부 차원에서는 추진하고 싶어도 관계 부처 간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국가적 협업 과제라는 시각에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전투원 요구 존중·성능 입증 장비 해외구매 허용

셋째, 기능이나 성능이 입증된 전투장비(방탄조끼, 사격용 조준경, 야간투시경, 칼 등)의 해외 구매를 제도적으로 열어 줘야 한다. 지금은 개인이 사고 싶어도 수입이 제한돼 결국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사거나 결과적으로 불법 구입에 해당되는 줄 알면서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사는 가격도 원래 값의 3~5배를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도 정부 관계 부처 간의 협조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 줘야 한다.

결국 군의 수준 높은 전투력 유지를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개인의 전투 장비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한 정책 결정자들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전장에서 전투병들의 생존을 위한 필요로 인해 불가피하게 구입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들이 겪고 있는 불필요한 노력과 부작용, 부담감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한국군은 주한미군사령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고 앞으로 머지않아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한·미 군사 동맹의 본질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거시적이고 외형적인 플랫폼의 변화에 못지 않게 군 전투력 증강의 출발점이 되는 부분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전투병 개인의 생존성을 향상시키고 그 기량과 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은 부대 전체의 전술적 차원의 전투력 강화로 직결된다. 이러한 차원의 노력과 기대 효과가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해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아울러 특수부대 군인들의 비인가 전투장비 구비에 대한 문제 해결과 현실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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