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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된 77년 전통 행남사…수입산 점령한 韓 식기 시장

영화사 된 77년 전통 행남사…수입산 점령한 韓 식기 시장

기사승인 2019. 01. 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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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남사가 스튜디오썸머로 상호를 바꿨다. 행남사는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는 1세대 도자기 기업이다. 1970~1990년대 혼수시장 확대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지만, 2000년대 수입산 그릇과 경쟁에 밀리며 존재감을 잃었다. 연간 3000억원 규모인 국내 식기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힘을 잃은지 오래라는 평가도 나온다.

◇77년 쓴 이름 버린 행남사
행남사는 8일 전남 목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상호·대표이사 변경 안건을 처리했다.

회사는 정호열 행남사 대표 외에 이재필 대표를 선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재필 대표는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 투자 업무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인수한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의 임원진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행남사는 영화사월광과 사나이픽처스 지분을 각각 60%씩 인수해 두 회사를 자회사로 뒀다. 영화 ‘공작’과 ‘범죄와의 전쟁’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 등이 스튜디오썸머의 사내이사가 됐다.

행남사는 최근 5년간 이름이 3차례나 바뀌었다. 2016년 행남자기를 행남생활건강으로 바꿨고, 2017년 다시 행남자기로 돌아왔다. 지난해 4월엔 행남자기에서 행남사로 상호를 바꿨다. 이번엔 행남이란 이름을 빼고 스튜디오썸머가 됐다. 회사 측은 “경영목적 및 전략에 맞게 적합한 상호명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업계에선 행남사가 주력 사업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행남사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대부업을 추가했다. 2015년엔 ‘영화 제작 및 배급업’을 추가했고, 2014년엔 로봇청소기와 태양전지 등을 추가하려다 투자자 반발로 철회했다.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최근 3년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행남사는 2016년 40억원에 이어 2017년 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 제공 계약 해제를 늦장신고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벌점이나 제재금을 부과하며, 이 벌점이 1년 동안 15점 이상 누적되면 해당 법인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행남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결정시한은 오는 29일이며, 누적 벌점은 5점이다.

◇수입산에 포위된 토종 브랜드들
1세대 도자기 기업 행남사의 위기는 토종 기업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환경에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식기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 수입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60%를 웃돈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식탁용품과 주방용품(커피세트·티세트·공기, 대접과 접시) 수입금액은 2012년 1억2042만4000달러에서 2018년 1억7463만3000달러로 45% 증가했다. 식탁용품·주방용품 수입은 2016년 1억9823만300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매년 약 2000억원대의 해외 브랜드 식기가 수입된 셈이다. 수입중량 역시 2012년 2만8408톤에서 2018년 3만3360톤으로 17% 늘었다.

반면 토종 브랜드들의 매출은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렸다. 국내 최대 도자기 기업인 한국도자기는 2013년 매출 404억2994만원을 기록했지만, 2017년엔 302억8720만원에 그쳤다. 2017년엔 약 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도자기 브랜드 한 관계자는 “최근 5년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저가 그릇 시장을 점유했고, 백화점 리빙 매장에선 수입산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출이 축소된 부분이 있다”며 “최대 매출처였던 혼수 시장도 ‘작은 결혼식’ 문화가 퍼지면서 축소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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