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변론에서도 쌍방 주장 '팽팽'
|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 심리로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안 전 지사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상급자였고 피해자 김지은씨는 하급자였다”며 “그는 이런 자신의 지위와 권세, 업무상 특수관계를 이용해 피해자 불러내 강간하고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스스로 검찰에 제출했고 분석한 결과 피해자 진술과 일치했지만, 안 전 지사는 고소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없앴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은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고 하지만, 피해자다움이란 없다”며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문제 제기가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의 피해를 들었다고 진술한 참고인은 전부 안 전 지사를 오래 보좌한 사람인데도 그에게 불리한 진술을 일관적으로 한 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라며 “모든 증거에 의하면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김씨를 간음하고 강제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저는 안 전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가 어떤 지위에 있더라도 그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부당하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게 인정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게 법 앞에 평등”이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부터 7월29일부터 지난해 2월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하여 수행비서인 김 씨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 판단 등 심리가 미진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세 차례 기일에 걸쳐 피해자 김지은 씨를 포함한 7명의 증인과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신문 등이 진행됐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심리는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후 변론 단계에서 공개로 전환된 법정에서도 검찰과 안 전 지사 측, 김지은 씨 측이 치열한 법리 다툼을 이어갔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1심에서 판단한 ‘위력’은 일반적 업무상 관계에 따른 수직적·권력적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추행의 수단이나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유일한 직접 증거인 김지은 씨의 진술은 결코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 등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편견 없는 시각에서 봐 달라”며 “사건 자체를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하고 비난 가능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공소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씨의 변호인은 “범행 이후에도 피고인을 보좌하며 챙긴 것은 피해자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라며 “공론화와 신고를 하기로 결정 못 한 피해자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빈번한 일로, 이를 이유로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모든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공간으로 불러 이뤄졌고, 장소도 업무 연관성이 높아 사적 만남을 위한 장소는 없었다”며 “모든 정황을 보면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지휘·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아무리 권력자라도 위력으로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해달라. 다시는 ‘미투’를 고민하는 사람이 이 땅에 안 나오도록 해 달라”는 김지은 씨의 최후진술을 담은 편지를 대신 읽었다.
반면 안 전 지사는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은 대한민국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제가 경험한 사실들은 고소인의 주장과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고소인의 주장과 마음은 그것대로 존중하고 위로해드리고 싶다”며 “하지만 제 경험은 그게 아니었다. 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