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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AR 드라마, 포켓몬고로 시작됐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AR 드라마, 포켓몬고로 시작됐죠”

기사승인 2019. 01.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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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인터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사진=CJ ENM

 송재정 작가의 소재는 늘 참신했다. 타임슬립을 결합한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부터 만화책에서 등장한 'W'의 주인공까지 매번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


송재정 작가가 쓴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역시 특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은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1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진짜 이야기'는 AR(증강현실) 게임으로 이뤄진다. 국내 최초 AR 게임을 소재로 도입한 이번 작품은 방송가뿐 아니라 정보기술(IT)과 게임 업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극중 진우는 게임을 진행하며 친구 차형석(박훈)을 죽였고, 차형석이 게임 NPC(Non-Player Character)가 되면서 진우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최근에는 레벨 100까지 오른 진우가 엠마(박신혜)에게 황금 열쇠를 전달했고 이어 <비밀 퀘스트 완료>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며 흥미를 돋웠다.


송재정 작가는 이러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 최근 유행했던 AR게임 '포켓몬고'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사실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에 이어 타임슬립 3부작을 할 생각으로 유진우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타임슬립을 많이 해서 그런지 창작 욕구가 생기지 않더라. 소재를 찾던 중 '포켓몬고' 열풍이 일었고 실제 해보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타임슬립을 버리고 AR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실제로 굉장한 게임광이다. 섭렵하지 않았던 게임이 없었을 정도라는 송 작가는 작품을 위해 기본 틀만 가져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소재가 낯선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게임은 유진우가 게임 렌즈를 장착하면 시작된다. 극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로 차형석과 계속 대립하지만, 사실 '게임 렌즈' 자체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송 작가는 "실제로 게임 렌즈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 뇌신경을 자극하는 렌즈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애인도 친구도 필요 없을 날이 오지 않겠나. 거기다 진짜 살의를 느껴 공격하고 죽인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란 두려움과 중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워낙 낯선 소재이고 컴퓨터그래픽스(CG)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만큼 연출도 굉장히 중요했다. 앞서 드라마 '비밀의 숲'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였던 안길호 감독은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왔다. 송 작가 역시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구현해주실 줄 몰랐다. 엄청나게 놀랐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만 소재로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시 AR 소재를 하게 된다면 조금 더 복잡한 게임 이야기로 제대로 된 퀘스트로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작품의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배우 현빈이다. 현빈은 현실과 게임을 오가는 연기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설득력을 높였고 박신혜와 러브라인이나 박훈과 대립 등 만나는 캐릭터마다 훌륭한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송 작가는 "현빈 씨가 유진우를 너무 완벽하게 구현을 해줬다. 유진우라는 캐릭터는 액션도 잘해야 하고 멜로도 잘해야 하고 거기다 재벌이다. 스페인 가서 장사와 싸우려면 신체조건도 좋아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밖에 없는 것 같다"라면서 "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감동한다. 현빈과 작업하게 돼 영광"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과도한 PPL(간접광고)과 유진우를 얽힌 인물들의 개연성,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멜로 등의 지적도 있었다. 송 작가는 "멜로가 상당히 어렵다. 사실 장르물과 멜로를 연결시키기가 어렵다. 서비서(민진웅)의 죽음에서 멜로로 넘어갈 때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걸 알게 됐고, 나 역시 현빈 씨에게 힘든 연기를 시킨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준 뒤 "내가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PL도 마찬가지다. 저는 나름대로 게임 안에 PPL을 스며들게 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은 달랐다. 유라(한보름)와 수진(이시원)의 캐릭터도 시청자들이 굉장히 싫어해서 당황했다. 사실 작품은 세 가지 큰 줄기를 갖고 있는데, 그 중 꼭 필요한 인물들이었다. 사전제작이니 수정할 수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트콤을 써왔던 송 작가는 "나는 시트콤이 너무 재밌었다. 10년을 넘게 하다 보니 판타지도 하고 싶었고 깊은 멜로도 하고 싶어 드라마를 쓰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확대돼 가고 있다. 항상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송 작가는 "이제 2회가 남았다. 엠마가 황금열쇠를 건넸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세주가 돌아왔다고 시시하게 끝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많은데 아직 엠마의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다. 그걸 중점으로 봐달라"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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