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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교 KCC스위첸 주민들 “분양땐 도로 만든다더니 10년만에 말바꿔”

이수교 KCC스위첸 주민들 “분양땐 도로 만든다더니 10년만에 말바꿔”

기사승인 2019. 01.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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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건설 2차단지 가구수 늘리려 설계변경
임시 우회도로 폭 좁아 차량통행땐 위험
경사도 가팔라 노인들 다니기 힘들어
"주민 동의서 받았다" 주장에 "그런적없다" 공방
이수교KCC
KCC건설 스위첸 2차아파트 건설 현장 옆으로 폭 6m의 도로가 나 있다. 1차 스위첸 아파트 주민들의 임시 아파트 진입로로 동작대로를 나가려면 이 길로 우회해야 한다. 이 도로는 그 옆 빌라단지 주민들과 공용으로 사용하며 차량과 사람들이 함께 지나다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박지숙 기자
“여기 주민 80%이상이 칠십 넘은 노인들이다. 좁고 가파른 길로 아파트 정문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 노인들 안전은 무시한 분양사기다.”

아흔 아홉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태명(79)씨는 폭 6m의 아파트 진입도로에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임시로 처 놓은 가설벽에 바짝 붙는다. 인도와 차로 구분이 없어 보기만해도 아찔한데 지금까지 인명사고가 안난게 용할 정도다. 조 씨는 “이 짓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이젠 일상사가 됐다”고 말한다.

시공사가 동작대로와 직선거리인 지하주차장에 임시 출입로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경사가 가팔라 노인들이 접근하기가 힘들 정도다. 최근 조 씨는 더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분양 당시 함께 재건축하기로 한 아파트가 완공될 때 아파트 정문을 제대로 만든다는 시공사의 약속을 믿고 좁은 가파른 임시 출입로를 10년 넘게 참고 다녔지만 지난 해 갑자기 그 계획이 변경되면서다. 중앙분리선도 인도도 없는 임시 출입로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동작동 일대 KCC건설 스위첸 2차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당초 약속과 다른 건설계획이 세워지면서 1차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06년 3월 조성된 총 178세대(총 5개동)의 ‘이수교 KCC 스위첸 1차’ 아파트 단지는 국립현충원과 현충근린공원, 7코스에 이르는 동작충효길 등 녹지가 풍부해 강남권 일대에서 공기가 쾌적한 곳으로 꼽힌다. 이에 주민 80%이상이 고령층이다. 도로 건너편인 반포와 방배동 등 강남권에서 오래 살다 자녀들의 출가와 은퇴로 공기 좋고 한적한 이 곳으로 이사 온 주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공사인 KCC건설이 분양당시 계획에 없던 진입도로를 막고 아파트 단지 건설 계획을 세우면서 주민들의 안전 불안이 커졌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주민 공청회나 설명회 등 일체의 소통이 없이 진행되어 주민들은 ‘분양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KCC건설은 2003년 6월 재건축 사업계획 승인 당시 1차 단지 앞 동작1주택재건축’(이수교 KCC스위첸 2차 조성 예정) 사업 완료 시점에 진출입로를 확보해주기로 약속하고 분양 팜플렛 등 설계도면도 만들어 홍보했다. 이 구역은 동작대로 방향이어서 분양 계획대로 진출입로가 이어지면 지하철 4·9호선 동작역과 반포동, 방배동의 근접이 수월하다. 고령층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안전한 진·출입로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진·출입로가 확보되기까지 임시로 정문을 만들었지만 동작대로 방향으로 우회하는데다 좁고 가파른 길이다. 무엇보다 사유도로이고 옆 빌라단지도 함께 있다. 좁은 도로에 차량과 주민들이 다녀 위험에 항시 노출되고 있다. 더욱이 고령층들에게는 취약한 도로여건이다. 이에 동작대로에서 단지까지 직선으로 갈 수 있는 지하주차장 출입로를 임시출입구로 만들었다. 뒷산을 깎은 지형 특성상 이곳 역시 좁고 가파르다. 위험했지만 주민들은 ‘동작1주택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불안과 불편함을 참아왔다.

이수교2006년 설계도1
2006년 분양 당시 이수교KCC스위첸 1차 아파트 설계도면. 빨간 원은 당초 계획했던 진출입로 구역. 하지만 2차 스위첸 건설계획 과정에서 이 부근이 폐쇄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됐다./박지숙 기자
하지만 당초 약속한 구역에 진·출입로를 만드는 대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게 계획이 변경됐다. 또한 현재 입주민들의 주 출입로로 이용됐던 지하주차장 출입로는 ‘이수교 KCC 스위첸 2차’ 공사로 앞으로 이용이 불가능해져 1차 단지 주민들은 가파른 우회도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최덕배 이수교KCC스위첸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73)은 “2003년 당시 KCC건설은 2차 단지 공사가 시작되면 새로운 진출입로를 만들어 주겠다고 해서 단지를 우회하고 경사가 있는 임시 진출입로를 두말 않고 사용해온 것”이라며 “근데 갑자기 지난해 11월 분양 당시 약속했던 진출입도로 위치를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KCC가 주민들과의 소통절차 없이 주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광종(80)씨는 “여기 1차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획과 완전히 달라진 것인데 어느 누가 와서 설명을 한 적이 없다”며 “중앙선도 인도도 없는 아파트 진입로가 세상에 어딨느냐.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분양사기”라고 성토했다.

지난 해 11월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민들은 KCC건설과 동작구에 내용증명 등을 여러 차례 보내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행정소송을 하고 싶어도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 주민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

◇ “소통 절차 없어, KCC 책임 회피” vs “주민 동의 받아”

이와 관련 KCC건설은 사업설계 계획 변경에 대해 주민 동의서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며 동의서 사본도 갖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최 위원장은 “주민 150가구가 동의했다는 KCC건설의 주장은 틀리다”면서 “전체 178가구 중 어느 누구도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고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이 듣고 이해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주민들은 KCC건설이 2차 아파트에 기존 185가구에서 366가구로 늘리면서 약속한 진출입로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KCC 스위첸 2차에 기존 185가구에서 366가구로 181가구를 추가로 분양해 자리가 없으니 진출입로 자리를 폐쇄한 것”이라며 “한 마디로 돈 벌려고 기존 주민들을 무시한 거 아니냐. 원 계획대로 185가구면 약속한 진출입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차 아파트 신축공사 설계도면에도 원 계획됐던 진출입로 구역에 단지가 들어서도록 바뀌었다.

최 위원장은 “주민들이 1차 아파트 지을 당시 진출입로가 될 부지를 기부채납했지만 지금은 그곳이 KCC 스위첸 2차 단지 사업지로 돼 있다”며 “여러 가지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내용증명을 구청에 보냈지만 답이 없고 KCC건설은 자신들은 시공사라면서 조합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공사로서 조합이 정한 사업계획과 설계도면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라며 “사업설계 계획 변경에 대해 법적과 행정적 문제가 없다. 그 이상의 권한이 우리에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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