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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거듭나야

[칼럼]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거듭나야

기사승인 2019. 03.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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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제공=고용노동부
국제노동기구(ILO)는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해온 노동자 권리 침해, 빈부격차 심화와 이로 인한 사회갈등 등의 문제를 노사정 삼자주의(Tripartism) 정신에 입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919년 설립됐다. ILO는 1944년 채택한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노동은 상품이 아니고, 결사의 자유는 지속적인 진보에 필수적이며,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협한다’는 기본 이념을 확인했다.

이러한 ILO의 설립 배경과 이념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노동환경에 비추어 볼 때 함축하는 바가 크다. 그간 한국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사갈등이 지속돼 이에 대한 해결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노동’ 부문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는 여전히 냉혹하다. 2018년 세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순위는 15위로 전년에 비해 11위 상승했으나, 노사관계는 12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아동노동·차별 금지에 관한 8개 협약으로 노동자 권리에 대한 보편적 국제기준이다.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협약의 기본정신을 국내 법·제도에 구현함으로써 노동자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보호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더욱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은 우리 헌법상 기본권이기도 하다.

ILO에 가입하는 회원국은 핵심협약 비준 의무를 지게 되고, 187개 회원국 중 144개 국가가 8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고,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연합(UN) 등으로부터 핵심협약 비준을 수차례 요청받고 있다.

수출경제 비중이 큰 우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핵심협약 비준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16개 자유무역협정(FTA) 중 9개의 협정문에는 노동기본권 보장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명시돼 있다. EU집행위원회는 2011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의 조치가 미흡함을 이유로 지난해 말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나라가 통상분야에서 대등한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다.

일각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사 일방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약 비준에 필요한 법·제도 개선은 노사의 주도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노사관계 현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작년 7월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찾고 있는 이유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모든 노동현안에 대한 만능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정부, 국회, 사법부는 물론 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노동조합 설립·운영과 관련해 오랜 기간 노사갈등을 촉발시켰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갈등 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및 청년 일자리 등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 국회, 노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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