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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깊이보기]북·미 기싸움 팽팽…‘판’은 안깼다

[뉴스깊이보기]북·미 기싸움 팽팽…‘판’은 안깼다

기사승인 2019. 03.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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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김정은 성명' 예고
청와대 "양측 협상지속 의사"
[북미 정상회담][포토] 북-미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북·미 간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양측의 기싸움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중대 변수가 될 김정은 국무위원장 공식성명 발표를 예고했지만 대화의 ‘판’ 자체는 깨지 않을 것을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긴급회견을 열어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미사일·핵실험을 중단하는 등 변화를 보여줬음에도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조만간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계속할지, 핵·미사일 시험유예를 유지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화에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 요구에 맞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 부상 회견에 대해 “협상이 확실히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일단 평가했다. 평소 트위터에 가감 없는 의견 개진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현안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이 무산됐지만 북·미 양측 모두 외교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면서 최 부상의 브리핑과 관련해 판 자체를 아예 깨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도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개진된 입장이 곧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부정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중재자’ 역할 더 커져

북한은 미국의 추가 입장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 성명’ 카드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발표하거나 북한의 최대 기념일인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 최고인민회의 등이 있는 오는 4월에 발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메시지를 날린다면 김 위원장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공위성 발사,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통한 국제사회 대북제재 노선 훼손 등 미국의 추가 양보를 획득하기 위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문 센터장은 “북한도 아예 대화의 문을 닫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미국이 판을 깨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도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 영변 핵 단지와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북한이 예고한 성명을 아예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체제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발표는 돌이키기 어려운데 최 부상의 회견은 외신 기자들과 외국 외교관 등을 상대로 했으며 북한 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과의 대화가 다시 잘 풀린다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그동안 중재자를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최 부상은 회견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arbit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라고 주장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한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문 대통령의 향후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번 동남아 순방 때도 모든 정상이 우리 대통령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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