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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백제 유적 따라 한 걸음, 벚꽃터널 따라 두 걸음

[여행] 백제 유적 따라 한 걸음, 벚꽃터널 따라 두 걸음

기사승인 2019. 03. 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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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테마 봄축제 4
여행/ 영암왕인문화축제
4월 4일부터 7일까지 전남 영암 군서면 일원에서 ‘2019 영암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흐드러진 벚꽃과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가 공존하는 알찬 축제다/ 영암군 제공


봄축제, 참 많다. 올봄에는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축제를 챙겨본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헛헛함이 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 영암 왕인문화축제_퍼레이드
영암 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일본으로 향하는 왕인 일행의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 수백명의 행렬이 벚꽃길을 따라 행진한다./ 영암군 제공


◇ 영암 왕인문화축제...벚꽃길, 왕인박사 숨결이 고스란히

우선 '2019 영암 왕인문화축제'는 기억한다. 화사한 벚꽃을 구경하고 흥미진진한 역사도 체험할 수 있는 축제다. 4월 4일부터 7일까지 전남 영암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와 구림마을 일대에서 개최된다.

왕인은 백제의 학자다. 일본 고대사를 기록한 ‘일본서기’에 따르면 그는 5세기 초 유교 경전인 ‘논어’와 기초 한자를 적은 ‘천자문’을 들고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됐다. 이후 그와 일행의 행적은 일본 고대 아스카문화 형성에 기여했다고 알려진다.

왕인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그가 처음 도착했던 오사카에는 10여 곳의 유적지가 있다. 이곳들은 지금까지도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매년 그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는 사찰도 있다.

어쨌든 일본으로 향하는 왕인 일행의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가 축제의 하이라이트. 사신단을 비롯해 도공, 야공, 와공 등 기술자들과 이들을 배웅하는 마을사람들까지 등장하는 수백 명의 행렬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여행/ 영암왕인문화축제 (3)
영암 왕인문화축제 전통공연/ 영암군 제공


축제 기간에는 벚꽃도 흐드러진다. 영암에는 ‘100리 벚꽃길’이 있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에서 영암 읍내를 거쳐 왕인문화유적지까지 이어지는 약 28㎞의 구간이다. 수령 40~50년 된 벚나무들이 늘어서 있는데 축제 무렵 ‘벚꽃터널’이 만들어진다. 퍼레이드도 이 길에서 열린다.

왕인박사유적지에는 그의 생가터와 사당, 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다. 생가터 옆에는 ‘성천’이라는 냇물이 흐르는데 이 물을 마시고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왕인처럼 똑똑해지고 또 훌륭한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한다. 유적지 뒤 월출산 자락에 솟은 주지봉 중턱에는 그가 학문에 전념했던 건물인 문산제와 양사제, 천연석굴인 ‘책굴’이 있다.

왕인박사유적지 인근 구림마을에는 왕인이 일본으로 떠나는 배를 탔다는 상대포가 있다. 옛날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지만 일제강점기 때 농토로 간척되며 지금은 뭍이 됐다. 배가 드나들던 상대포는 작은 저수지가 됐다.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신라의 고승인 도선국사, 고려 태조의 책사로 활약한 최지몽, 가야금산조를 창시한 조선의 김창조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곳곳에 이들과 관련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유약을 처음 바르기 시작했다는 영암의 도기를 구경할 수 있는 도기문화센터, 어사 박문수가 잠시 앉았다가 혼쭐이 났다는 마을의 정자 회사정 등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시간을 거스른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여행/ 영월단종문화제 (2)
단종의 국장을 재현하는 행사는 영월 단종문화제의 하이라이트다./ 영월군 제공
여행/ 영월단종문화제 (5)
영월 단종문화제/ 영월군 제공


◇ 영월 단종문화제...'육지고도' 청령포 거닐며 힐링

강원도 영월 일원에서는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영월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조선의 6대 왕(王) 단종은 영월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어린 나이에 숙부(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돼 영월 남면의 청령포에 유배된다. 또 17세의 나이로 사약을 받고 묻힌 곳이 장릉이다. 단종문화제는 애틋한 ‘어린 왕’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다. 단종의 국장을 재현한 행사를 비롯해 전국 최대이자 유일한 칡줄다리기 등 눈길을 끄는 볼거리와 체험이 많다.

사위 고요한 청령포와 장릉 일대는 봄날 산책을 즐기기에 괜찮다.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 면으로는 험준한 암봉이 우뚝 솟아 있는 ‘육지고도’. 유배처 주변에는 솔숲이 울창하다. 단종이 말벗으로 삼았다는 관음송, 한양을 그리워하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 부인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았다는 돌탑 등이 남아있다. 병풍석과 난간석이 없고 석물도 단출한 장릉 주변에도 신록이 올랐다.
 

여행/영월단종문화제 (10)
단종이 묻힌 장릉/ 영월군 제공


영월에는 박물관·미술관이 참 많다.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2000년대 초반부터 육성된 덕분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곳이 많으니 함께 연계하면 알찬 여행이 된다. 하나 더 추가하면, 영월은 배우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영화 ‘라디오 스타’(2006)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졌다.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를 비롯해 읍내의 ‘느린’ 풍경들이 영화의 서정과 어우러지며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여행/ 익산문화재야행 (7)
왕궁리 유적지 일원에서 진행되는 익산문화재야행 행사는 낮에 느낄 수 없는 봄밤의 운치를 전한다./ 익산시 제공


◇ 익산 문화재야행...봄밤 무왕 왕궁 산책 

‘익산 문화재 야행 2019’라는 행사가 4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전북 익산 왕궁면 왕궁리 유적 일원에서 진행된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봄밤의 우아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곰삭은 시간의 향기가 진동하는 오래된 땅에서 맞는 밤이 이색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우선 왕궁리 유적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백제의 무왕이 세운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며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킨 서동이 바로 무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이 ‘금마도읍설’. 고구려에 밀려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백제의 무왕은 금마(익산)에 도읍을 정하고 왕궁을 지어 중흥을 도모한다. 일본에서 발견된 ‘관세음 응험기’에 따르면 백제 무광왕은 지모밀지로 천도해 새로 정사를 경영했다. 익산 천도를 언급한 유일한 문헌이다. 이를 받아들인 일부 학자들은 ‘무광왕’이 무왕이고 ‘지모밀지’는 익산 왕궁리의 옛 지명인 ‘모질메’ ‘모지밀’ 등의 변형이라고 주장한다.  

 

일대는 왕궁 건물터와 사찰 건물터가 혼재해 있다. 왕궁으로 기능이 다한 자리에 사찰이 들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비밀에 싸여 있어 더욱 흥미로운 땅이다.
 

여행/익산문화재야행 (6)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익산시 제공


어쨌든 왕궁리 유적지의 상징은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제289호)이다. 높이가 8.5m나 되는데 반듯한 탑신(탑의 몸)의 균형이 잘 맞고 전체적으로 잘생겼다. ‘익산 문화재 야행 2019’에서는 탑돌이를 비롯해 소원 남기기, 문화유산 스탬프투어, 가상현실(VR) 체험 등의 프로그램들이 마련될 예정이다.

익산 가면 들를 곳이 하나 더 있다. 금마면의 그 유명한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이다. 18년간 해체·보수 공사를 마치고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일제강점기 때 무너져 가던 탑의 뒷부분에 시멘트를 발라 땜질했던 것을 2000년부터 대대적으로 보수하기 시작했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가 세운 미륵사는 신라 황룡사에 버금가는 백제 최대 사찰로 전한다. 봄날 폐사지 산책도 운치가 있다.
 

여행/ 김해가야문화축제 (31)-1
김해가야문화축제/ 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 제공
김해가야문화축제 (10)
김해가야문화축제/ 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 제공


◇ 김해 가야문화축제...수로왕 탄생설화·철기문화 엿보기

가야문화축제가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경남 김해시 일원에서 열린다.

가야는 고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철기를 바탕으로 고구려·백제·신라 못지않은 문화를 꽃피웠다. 가야의 존재와 찬란한 문화를 알리기 위한 행사가 가야문화축제다. 김해는 금관가야의 본산이다. 금관가야는 여섯 가야국 가운데 가장 세력이 컸다고 전한다.

금관가야의 중심에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된 수로왕이 있다. 서기 42년 태어나 가야를 건국하고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결혼했다고 전한다. 김해 구산동의 작은 봉우리인 구지봉은 수로왕의 탄생설화가 깃든 곳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 먹으리’라는 고대가요 ‘구지가’가 바로 이 일대 족장들이 구지봉에 모여 부른 노래다. 노래를 부르니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담긴 상자가 내려왔고 12일 후에 알이 사람으로 변했는데 이 가운데 용모가 가장 출중한 이가 바로 수로왕이었단다.

수로왕과 인도 출신의 허황옥의 결혼은 우리나라 유사 이래 최초의 ‘국제결혼’으로 꼽힌다. 게다가 가야는 일찍이 토기와 철기문화를 발전시켜 중국, 낙랑, 일본 등과 교역하며 동북아시아 국제 교류의 중심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니 수로왕과 가야는 가히 글로벌한 스케일을 자랑했다고 할 수 있다.

구지봉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허왕옥이 묻혔다는 수로왕비릉이 있다. 봉분 앞에 그녀가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파도에 배가 출렁이는 것을 막기 위한 돌) 탑이 있는데 연구 결과 돌의 재질이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돌이란다. 이렇듯 축제에서는 창의적이고 글로벌한 가야문화를 엿볼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된다. 구지봉 아래에는 국립김해박물관이 있다. 축제에 맞춰 내동 연지공원 강변 둔치를 따라 벚나무들이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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