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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섭의 복싱비화] 개그우먼 김미화·윤승호 교수 부부의 복싱사랑

[조영섭의 복싱비화] 개그우먼 김미화·윤승호 교수 부부의 복싱사랑

기사승인 2019. 04. 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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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윤승호교수 임종대 김미화(우측)
윤승호 성균관대 교수, 주니어 페더급 신인왕 임종대, 개그우먼 김미화씨 /조영섭 관장
지난 주말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봄날, 필자는 상춘객(賞春客)이 되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으로 봄나들이를 떠났다. 이곳은 윤승호·김미화 부부가 전원생활을 하면서 운영하는 호미 카페가 있는 곳이다. 3년 전 방문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던 필자는 그 때의 좋은 기억과 추억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기에 1984년 프로복싱 J.페더급 신인왕 임종대와 문성길 챔프를 대동하고 다시 찾았다. 윤승호 성균관대 교수가 철학교수나 심리학과 교수가 아닌 스포츠과학과 교수인 때문인지 몰라도 소통은 수월했다. 본래 윤 교수는 성균관대 재학시절 홍서범과 함께 밴드활동을 한 뮤지션이기도 했다. 예체능에 종사하신 분들과는 본능적으로 감(感)이 통한다는 것을 느낀다.

필자가 윤승호 교수를 가끔 찾는 것은 복싱 울타리에서 지난날 보여준 그의 소리 없는 선행이 침체됐던 복싱 시장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2007년 성탄절에 벌어진 고 최요삼 선수의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 아몰에게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직후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비용 때문에 이중고를 격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윤 교수는 아내 김미화씨에게 먼저 병원비를 우리가 부담하는게 어떻겠냐고 의중을 털어놨다. 이 때 김미화씨가 흔쾌히 화답하자 900만원이 넘는 수술비 전액을 쾌척하는 훈훈한 온정을 베풀었다.
사본 -홍서범과 윤승호교수(우측)
가수 홍서범과 윤승호 교수 /조영섭 관장
당시 한국권투위원회(KBC)는 수억원의 건강보호기금(건보금)이 있었지만, 자중지란으로 이 돈이 바닥을 보이면서 최요삼의 수술비용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위원회는 수술비 모금활동을 펼쳤지만 “원래 있어야 할 건보금 수억이 행방불명 되어 사라졌는데 협회를 어찌 믿고 입급하냐”며 성토하는 복싱인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 윤승호 부부가 수술비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소요는 일단락됐다.

국내복싱계의 구조적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 각계 각층에서 복싱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 TBC권투는 오영호 복싱을 좋아했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탄생했고 수도경비사령부 복싱부는 윤필용 장군에 의해서, 국군체육부대 청무관 건물은 복서 구상모와 친분이 있는 포철 박태준 회장이, 한국체육대학은 박정희대통령에 의해서, 무교동 대한체육회관과 태릉선수촌은 한국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 소강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에 의해 각각 설립되었듯이 윤승호 교수의 복싱사랑 실천을 시발점으로 복싱붐 조성이 일어나 유능한 자원들이 복싱에 입문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본 -임종대 김미화 문성길(우측)
임종대, 김미화, 문성길 /조영섭 관장
또 윤승호 교수는 2009년 11월 WBA 페더급 여성 챔피언 최현미가 2차방어전을 앞두고 스폰서가 없어 타이틀을 반납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전파를 통해 접했다. 이후 최현미를 성균관대로 불러 고충을 경청하고 그가 권투장에 다시 설수 있도록 후견인을 맡아 최현미 복싱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 최현미는 그녀가 2007년 서울체고에 입학할 때 필자가 오작교 역할을 하면서 당시 체육교사였던 김정수 선생에게 소개해 준 인연이 있었던 복서였다.

윤 교수의 후원에 최현미는 식어있던 복싱열기가 재점화되면서 2차례의 방어전을 무사히 치렀다. 사실 윤 교수는 복서 최현미가 새터민(탈북자 가족)이란 꼬리표와 여자복서라는 핸디캡 때문에 스폰서 잡기가 무척이나 힘겨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윤 교수는 그녀가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복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눈 앞의 장애물을 하나 둘씩 제거해줬다. 이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최현미는 아우토반을 달려가는 포르쉐처럼 쾌속행진을 질주했다. 기둥이 약하면 집이 흔들리듯 자신감을 상실하면 정신이 흔들리는 법이다. 평상심을 찾은 최현미는 7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이후 슈퍼 페더급까지 정복, 2체급 석권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연소 최장수 복싱챔피언이다. 최현미는 윤승호 교수를 복서 최현미를 대한민국에 알리는데 가장 애쓴 고마운 선생님이라고 언론에서 밝혔다.
사본 -문성길 챔프와 윤승호교수
문성길 챔프와 윤승호 교수 /조영섭 관장
윤승호 교수는 유학에 뿌리를 둔 성균관대 출신에 성균관대 교수다. 군자(君子)는 유학에서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공자가 그토록 갈망했던 군자의 덕목은 우환(憂患) 의식이다. 이웃과 사회를 걱정하며 내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의식을 말한다. 맹자는 이런 마음을 불인지심 (不忍之心)이라 했다. 불인지심은 사회 지도층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한 이런 광범위한 공존공영(共存共榮)의 원칙을 명심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마호메트는 말했다. 인간의 진정한 재산은 그가 이세상에서 행하는 축척된 선행이라고.

<문성길복싱클럽 관장·서울시복싱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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