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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스타트업이 성장 부진을 겪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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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스타트업이 성장 부진을 겪는 이유

성유민 기자 | 기사승인 2019. 04. 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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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규제·불균형 산업구조로 스타트업 업계 부진 초래
정부주도 로드맵·혁신 창업법 통과 등 돌파구 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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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필리핀 최초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은 주택건설 스타트업인 ‘레볼루션 프리크레프티드’. 고급주택을 싸게 판다는 개념의 모듈러 주택으로 스타트업 신화를 일구어낸 것. 하지만 더 이상의 유니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과 영어권 국가로 스타트업 성장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복잡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 그리고 불균형적 산업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차량 공유 서비스 미캡택시는 싱가포르의 그랩과 같은 2012년에 출범했지만 현재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랩은 140억 달러(약 15조912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으로 등극했지만 미캡택시는 아직 시리즈A 투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종잣돈 마련 단계인 시드(Seed) 펀딩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A·B·C 가운데 초기 단계인 시리즈 A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이 같은 필리핀 스타트업의 성장 부진은 정책 입안자와 벤처투자자(VC)간 창업육성 방안을 놓고 이견이 심화되는 등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글로벌 시장정보 전문기관인 프레킨에 따르면 필리핀 스타트업은 지난해 벤처투자자로부터 총 2880만 달러(약 327억3410만원)를 조달했는데, 이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 중 가장 적은 수준.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71위로 필리핀(39위)보다 한참 낮은 미얀마도 3280만 달러(약 372억8050만원)를 조달한 것을 감안하면 필리핀에선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방증하는 셈이다.

실제 필리핀은 운송·통신 분야 외국인 투자를 40%로 제한하고, 외국인 소유의 대중매체를 금지할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 인도네시아의 차량공유 서비스 고젝은 이 같은 규제 탓에 필리핀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복잡한 규제뿐 아니라 시시각각 바뀌는 규제도 문제. 실제 전자상거래 분야의 규제는 1년마다 바뀌어 소매 창업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쿤 캐피털 파트너스는 필리핀 이커머스 스타트업인 파운딧(Poundit)과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를 견디다 못한 몇몇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싱가포르로 선회했다.

필리핀의 불균형적 산업구조 또한 스타트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구조가 서비스업에 치중돼 있어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콜센터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의 직무로 취업에 나선다. 아웃소싱이란 기업 업무의 일부 프로세스를 제3자에 위탁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필리핀 내 아웃소싱 시장 규모는 245억 달러(약 27조8520억원)에 달하는데, 아웃소싱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업 자체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장기근속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구조인 셈이다.

스타트업 업계 역시 혁신기술보다는 먹고 사는데 바쁜 모양새. 해외 킥스타터(펀딩 후원) 업체들은 필리핀 스타트업은 야망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필리핀 내 문화·경제적 요인에서 기인하는데, 지난해 기준 1500만명에 달하는 해외 노동자 규모에서 알 수 있듯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당장의 생계를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필리핀 스타트업계 역시 세계시장 진출과 같은 꿈을 꾸기보단 가계수입 증가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는 등 안정 지향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로드맵이 설정되고, 올해 2월에는 혁신적 창업법(Startup Act)이 의회를 통과하는 등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진흥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톱다운 방식의 스타트업 진흥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본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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