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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수국가산단, 주민이주 포함 근본대책 시급하다

[데스크 칼럼] 여수국가산단, 주민이주 포함 근본대책 시급하다

기사승인 2019. 05. 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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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전남도·여수시·입주 기업들, '주민 고통 외면'
여수산단 주변 마을, 이주대책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오염발생 원인자 부담 원칙따라 입주기업들도 분담해야
김종원
김종원 정치부장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이번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청정 관광 여수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여수시 주삼동 주민)

“여수·광양 주민들의 암과 질병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3배 높은 원인을 이번만은 정확한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여수시 한 의료인)

“여수 국가산업단지 주변 마을에 대한 이주대책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기업들이 비용을 부담하고 정부와 전남도, 여수시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여수시 지역구 국회의원)

청정(淸淨) 관광도시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가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여수 시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안고 산 지 오래다. 크고 작은 폭발과 화재, 사건 사고로 가슴 졸이며 살고 있다.

비가 온 뒤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메케한 냄새가 진동하고 코를 찔러 머리까지 지끈거린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갖은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정부 환경당국과 전남도·여수시 등 지방자치단체, 입주 기업들은 너나없이 애써 외면하고 주민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했다.

◇정부·전남도·여수시·입주 기업들, ‘주민 고통 외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엘지(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지에스(GS)칼텍스, 한국바스프, 금호석유화학, 남해화학 등 석유화학 관련 공장을 비롯해 화력발전·기계·전자 등 현재 300개에 가까운 업체가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다. 1967년부터 50년 남짓 조성된 여수산단은 지금까지도 확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총 면적은 3만㎢(940만평)의 엄청난 규모다.

지에스칼텍스와 엘지화학,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 대기업만도 30여개가 입주해 있다. 한 해 매출은 무려 100조원 안팎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 조원이 국세로 걷히고 지방세는 국세의 단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도로와 교량, 하천 등 여수산단 기반시설 유지에만 여수시가 한 해 시민혈세까지 들여 수백억원의 지방세를 쏟아붓고 있다.

여수산단이 반세기 동안 국가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주변 마을과 여수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과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엘지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여수산단의 대기업들을 포함해 200여개 사업장이 대기오염 수치를 고의로 조작하고 거짓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여수 시민들은 물론 국민적 공분(共憤)을 사고 있다.

2015년부터 4년 간 측정 기록을 조작하거나 가짜로 발급한 게 총 1만3096건에 이른다. 이 중 4235건은 측정값을 축소해 실제 배출농도의 평균 33.6%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특히 엘지화학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염화비닐을 기준치 30ppm보다 173배 많은 5200ppm을 배출해 놓고도 ‘정상’이라고 허위 작성까지 했다.

◇여수산단 주변 마을, 이주대책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난 4월 17일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1차로 적발해 발표한 결과보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조사 내용과 함께 2차 조사 발표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는 점이다. 1차 발표 때 대기업이 빠졌고 훨씬 큰 대형 업체들이 2차 발표 때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런 가운데 지에스칼텍스와 엘지화학을 비롯해 여천엔시시(NCC),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케이피엑스 엘에스(KPX LS) 등 8개 기업이 2021년까지 7조 8550억 원을 투자해 150만㎡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여수산단의 대기오염 문제와 산단 주변 마을의 이주대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번 대기오염수치 조작과 허위신고 사태를 계기로 여수 시민들의 생명권과 환경권, 더 나아가 생존권까지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오염발생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이 책임을 지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생(相生)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번 대기오염 조작 사태에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아직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수산단 오염배출 업체들은 이번이 여수 시민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속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집단 행동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선제적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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