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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도자 나라’로 떠난 감성여행...이천 ‘예스파크’

[여행] ‘도자 나라’로 떠난 감성여행...이천 ‘예스파크’

기사승인 2019. 05. 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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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를 관통하는 학암천을 따라 걷기 좋은 흙길이 조성돼 있다. 꽃 피는 봄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경기도 이천 신둔면에 최근 ‘예스파크’(藝’s Park)가 문을 열었다고 해 가봤다. 국내 최대 공예타운이자 도자예술마을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가족끼리, 연인끼리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에 제법 괜찮은 곳이다. 도예를 비롯해 유리, 고가구, 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약 200개 공방이 입주해 있었고 이곳을 터전으로 약 500명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에 매진 중이다. 입주 공방 수는 350개까지 늘어날 것이란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과 비슷해 보이지만 작가의 작업 일과를 오롯이 엿볼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25일부터 26일까지 이곳에서 이천체험문화축제도 열린다. 공방마다 거리마다 사진 촬영에 적합한 스폿과 소품이 많으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푹 빠진 ‘청춘’들도 좋아할 만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이면 닿는 데다 경강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에는 350개의 공방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200곳의 입주가 끝났다. 500명의 작가들이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옆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작가들의 작업공간이자 주거공간. 멀리 도자 가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인다. 작가의 작업활동을 보면서 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것이 ‘예스파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 200개 공방, 500명 예술인 거주...국내 최대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의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대지면적이 40만6000㎡(12만3000평)로 축구장(7140㎡)의 약 57배에 달했다. 입주 공방의 약 70%는 도예공방, 나머지 30%는 미술이나 공예 등의 다양한 분야의 공방이 차지했다. 공방마다 작업·전시·판매공간이 있었고 작가들의 주거공간도 갖췄다. 작가들은 자신의 스타일로 건물을 지었다. 이러니 대부분의 공방에서 작가에게 창작 의도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공방이라도 ‘거기서 거기’가 아니었다. 공방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예스파크에서는 이렇듯 작가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에는 350개의 공방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200곳의 입주가 끝났다. 500명의 작가들이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여행/ 예스파크
예스파크‘에는 350개의 공방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200곳의 입주가 끝났다. 500명의 작가들이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어쨌든 예스파크를 찾아간 날, 참 많은 것을 했다. ‘남양도예’에서 도자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전통 가마에서 도자를 굽는 것을 봤다. ‘정도가’에서 초벌구이 된 컵과 컵받침에 문양을 그려 넣었다. ‘해주도자박물관’에서는 8000만원짜리 ‘달항아리’를 볼 수 있었다. 도자와 관련된 것 말고도 즐길 것이 많았다. ‘아트 아지트’에서는 유명 조각가의 예술작품을 감상했다. ‘세라 기타문화관’에서 체험한 우쿨렐레 만들기는 색다른 재미였다. 카페거리에서는 전망 좋은 곳에서 차를 마셨다. 꽃이 활짝 핀 둑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했다. 조각상이 서 있는 너른 잔디밭의 오후 풍경은 어찌나 평온한지…. 이 모든 것을 하루 만에 예스파크 안에서 했다. 예전 같으면 이천 곳곳을 헤메고 다녀야 했을 일. 구경이 그만큼 편했다.
 

여행
도자 제작 시연 중인 ‘남양도예’ 이향구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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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훈 작가의 ‘아트 아지트’. ‘예스파크’에는 도예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소개하는 갤러리와 공방이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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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타 모양의 외관이 인상적인 ‘세라 기타문화관’.

이천은 예부터 도자의 중심지였다. 흙이 기름지고 물이 맑았다. 게다가 뗄감으로 사용할 나무가 많았고 서울과 가까워 도요장들이 이곳에 일찌감치 터를 잡았다. 현재에도 이천은 국내 유일의 도자산업특구로 명성을 잇고 있다. 매년 이천도자기축제를 열고 2년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이천 관내에 영업 중인 도요장은 500여곳. 이를 한 곳으로 모은 프로젝트가 예스파크인 셈이다. 이천시는 한국 도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장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또 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예스파크를 기획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 도자의 위상이 높아간다. 이를 고려하면 예스파크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이 들어설 때도 됐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제24회 세계문화유산·장인 박람회가 열렸다. 이천에 거주하는 도예 명장들이 직접 날아가 제작 과정을 시연했다. 관람객은 물론 프랑스 대통령의 영부인까지 열광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이천이 국내 최초로 공예부문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나아가 총 72개국 180개 창의도시의 의장(議長)도시로 추대됐다. 세계가 도자를 비롯한 한국 공예의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년 열리는 이천도자기축제에는 독일 등 외국작가의 참여가 꾸준하다.

이천시청 문화예술과 정수희씨는 “한국 도자는 1990년대까지 주로 일본으로 수출됐다. 최근에는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은 물론 미국이나 중동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얼마 전 이천의 도요장 한 곳이 영국과 10억원 어치의 수출계약을 했다. 유럽에서는 분업으로 도자를 만든다. 한국의 명장들은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한다. 그래서 작가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다.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한국 도자는 형태 변화가 다양하고 중후함이 있다”고 했다.  

여행
이천 한도요 서광수 명장.

 

여행
서광수 명장의 ‘한도요’ 들머리에 쌓인 소나무. 가마에 불을 지피기 위해 1년 동안 말린다.


예스파크가 문을 열었으니 이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익숙하다고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이천에는 대한민국 도자기명장 8명, 이천도자기명장 18명 등 총 23명(중복 3명 포함)이 활동 중이다. 신둔면에서 한도요를 운영하는 서광수 명장(무형문화재 사기장·대한민국명장)은 도자는 ‘불의 예술’이라고 했다. “흙을 빚어 모양을 만든 후 가마에 넣고 나면 불이 형태와 빛깔을 만든다. 똑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 모든 도자는 세상에 하나 뿐인 것이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흙을 빚어도 늘 설렌다”고 했다. 그렇다고 준비 과정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한도요 들머리에는 가마의 뗄감으로 쓸 소나무가 볕에 말라가고 있다. 1년 동안 잘 말려서 내년에 쓴단다. 1년 후의 작업이 이미 시작 된 것이다. 작은 찻잔이라도 예사로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예스파크에서는 제품(또는 작품)을 사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고 나면 구경이 재미있다.
 

여행/설봉공원
영산홍이 핀 설봉호수.
여행/ 설봉호수
영산홍이 핀 설봉호수.


◇ 뜨끈한 쌀밥·호숫가 산책...‘힐링’ 나들이

이천은 관광자원이 부족하다. 이른 봄 노랗게 물드는 ‘산수유마을’이 그나마 ‘전국구’ 관광지로 회자되는 정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천은 도자에 집중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문화콘텐츠가 됐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기름진 논에서 나는 쌀이다. 토질 좋고 기후 좋은 곳에서 생산되는 이천쌀은 예부터 조정에 진상될 만큼 품질이 우수했다. 이천 곳곳에 쌀밥집이 많다. 뜨근한 쌀밥 한그릇이 기분 좋은 '힐링'이 된다.

쌀밥으로 허기를 달랜 후 호숫가를 걸어본다. 이천 설봉산(394.3m) 아래 설봉공원이 산책하기 좋다. 예스파크가 들어서가 전까지 도자기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공원이 품은 설봉호수의 풍경이 요즘 참 예쁘다. 주변으로 신록이 무르익었고 꽃이 만개했다. 호수를 에둘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다. 설봉공원에서는 이천세계도자센터 ‘세라피아’가 가깝다. 최근 재개관했다. 현재 ‘생각하는 손’ 전시가 진행 중인데 흙으로 빚은 가죽 재킷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다. 설봉산 중턱의 영월암은 대웅전 뒤편 자연 바위에 새긴 ‘마애조사상’(보물 제822호)으로 이름났다. 설봉공원에서 영월암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걸어가면 30~40분이면 닿는다.
 

여행/ 세라피아
이천세계도자센터 ‘세라피아’
여행
이천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여행/ 솔밭승마클럽
체험승마를 할 수 있는 솔밭승마클럽.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줄 것들은 또 있다. 이천은 말산업특구이기도 하다. 호법면 솔밭승마클럽에서는 체험승마를 할 수 있다. 말과 교감하며 땀 흘리고 나면 기분이 제대로 전환된다. 신둔면의 ‘안옥화음식갤러리’는 약선요리를 내는 농가 맛집인다. 맛도 좋고 보기에도 예쁜 음식들을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사용해 분위기가 더 푸근하다.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마장면의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은 이천의 새로운 숙소로 주목 받는 곳이다. 정원이 예쁘고 찻집이 운치가 있어 투숙하지 않더라도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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