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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정신질환?] “게임이 질병이면 병가 쓸 수 있나요?”…WHO 게임 질병 등재 논란

[게임중독=정신질환?] “게임이 질병이면 병가 쓸 수 있나요?”…WHO 게임 질병 등재 논란

기사승인 2019. 0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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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축제 지스타 막올라<YONHAP NO-3969>
지난해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8에서 관람객들이 PC게임을 즐기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면 ‘게임중독자=정신질환자’라는 공식이 성립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문화 콘텐츠와 달리 유독 게임에만 중독이라는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대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게이머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찍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21일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기 위한 WHO 총회가 시작된 가운데 게임사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표준질병분류11판(ICD-11)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확정될 경우 ICD-11은 2022년부터 각국에서 효력이 발생한다. WHO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지정하고 나라별 예방책과 치료법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에 게이머들은 문화콘텐츠인 게임을 마약, 알코올과 같은 질병으로 등재하겠다는 WHO의 입장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MOBA(팀 대항 온라인 게임) 롤 유저인 채낙중(28)씨는 “중독의 기준부터가 애매모호하다. 같은 문화콘텐츠인데 영화나 클래식 음악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는 ‘영화광’ ‘클래식광’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게임에 빠지면 정신병자라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게임을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과 같은 선상에 놓고 질병이라고 보면 게임 중독 때문에 몸이 안 좋으면 병가를 쓰는 것도 가능해지겠냐”며 비판했다.

슈팅게임 오버워치 유저인 최정규(17)군은 “페이커 같은 세계적인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장래 희망이어서 게임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게임을 질병으로 등재한다니 당혹스럽다”며 “게임에 빠지는 게 병이면 축구에 빠지거나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도 다 질병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WHO의 게임 질병 등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게임업계에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재된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와 청소년까지 질환자로 분류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만 10~65세 게임 이용자 비율은 70.3%에 달하며 국민의 3대 여가 문화생활 중 게임이 3위를 차지했을만큼 게임은 보편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또한 게임이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범죄자가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거나 사회적 의무의 회피에 게임을 악용하는 등 ‘병적 이득’ 관련 오용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게임은 전 세계가 즐기는 놀이이자 여가, 문화 콘텐츠로 게임이 질병을 유발한다는 일방향적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게임이용장애는 의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이슈이며 사회적으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제며 편향된 근거에 기반한 판단은 수많은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많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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