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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세 여아 아동학대로 또 사망…사라진 ‘48시간 룰’

일본, 2세 여아 아동학대로 또 사망…사라진 ‘48시간 룰’

기사승인 2019. 06. 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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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밤낮없이 아이가 운다’ 신고해도 대응 안일
담배로 몸 지진 흔적…사인은 영양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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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시에서 2세 여아가 6일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모친과 교제중인 남성에 의한 학대를 의심하고 있다. 왼쪽은 21세 모친, 오른쪽은 교제중인 24세 남성의 모습. / 화면캡처=아사히TV 계열 ANN
최근 일본에서 2세 여아를 폭행하고 먹을 것을 주지않아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관할 아동상담소가 아동학대 최초 인지 후 확인 및 조치를 취하는 ‘48시간 룰’을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시에서 2세 여아인 이케다 코토리양이 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살해 혐의로 21세인 여아의 엄마와 교제중인 24세 남성을 체포했다. 아이의 엄마는 음식점 종업원이며, 남성은 해당 음식점 주인이었다.

부검 결과 코토리양의 직접적인 사인은 영양실조.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구타를 당한 듯 멍자국이 발견된데다 몸에는 담배로 지진듯한 화상 흔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양섭취를 하지 못해 몸무게는 10kg이 되지 않았다. 2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

아동학대의 전조는 코토리양이 만 1세를 넘긴 지난해부터 있었다. “아이가 밤낮없이 운다”는 이웃의 신고에도 경찰과 아동상담소가 긴밀하게 대응하지 않아 아이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첫 신고가 있었지만 아동의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들어 지난 4월 5일에도 ‘밤낮없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2차 신고가 있었지만 전화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또다시 들어온 신고에 5월 15일 아이의 집을 방문, 여아의 얼굴에 멍이 있고 발바닥에 화상으로 인한 반창고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모친이 ‘헤어아이롱을 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동상담소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직접 찾아가지 않았다. 그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코토리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첫 신고가 있은 뒤 48시간 안에 아동상담소가 확인 및 조치를 취한다는 룰은 지켜지지 않았다.

48시간 룰은 지난 1월 지바(千葉)현 노다시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4학년 여아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생겼다. 피해 여아가 학교에 부친의 학대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한 편지를 썼지만 오히려 그 사실을 부친에게 알려줘 화를 부른 사건. 학대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성적인 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동상담소는 아이 부모가 아이를 돌려달라고 협박하고, 아동이 원한다는 이유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 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본에선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후쿠오카(福岡)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아에 대해 예절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모친과 동거남이 아이의 손발을 묶어 차가운 욕조물에 담그고, 그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도 있었다. 아이는 여러차례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3월 도쿄(東京) 메구로구에서는 다섯살 여아가 영양실조로 숨지고, 5월에는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네살 남아가 아버지에 의해 TV 장식장에 갇혀있다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일본 경찰이 지난해 적발한 아동학대 건수는 1380건으로 전년 대비 242건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36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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