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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비밀의 여행지’

[여행]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비밀의 여행지’

기사승인 2019. 06. 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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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즌 '숨은 관광지'
여행/ 회야댐생태습지
회야댐생태습지. 경북 안동 하회마을 못지 않은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1년 중 연꽃이 피는 여름 한 달 간만 개방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기 이런 곳이 있었네’하며 이마를 탁 칠 때가 있다. 알지 못해서 못 가본 여행지가 그만큼 많다. 이런 경우도 있다. 소문을 듣고 애써서 찾아 갔는데 개방기간이 아니란다. ‘다음에는 꼭 기간에 맞춰 와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다시 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숨은 관광지’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 개방한 관광지와 특정 기간에만 출입할 수 있는 여행지를 계절마다 소개한단다. 처음으로 올 여름시즌에 맞춰 여섯 곳을 선정했다.

여행/ 회야댐생태습지
2012년부터 일반에 공개된 회야댐생태습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사람 손 닿지 않은 원시의 공간...회야댐생태습지·거문오름 ‘용암길’

여름시즌 ‘숨은 관광지’ 가운데 울산 회야댐생태습지와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은 1년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회야댐생태습지는 울산 울주군 웅촌면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통천마을에는 700여 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1982년 회야댐 건설이 시작되고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떠났다. 주인을 잃은 논과 밭만 덩그러니 남았다. 2003년 습지조성이 시작됐다. 2009년에야 비로소 폐허의 땅은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부터 일반에 공개되며 알려졌다. 강산이 변할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덕에 습지와 숲은 싱싱하게 보호됐다.

회야댐생태습지는 매년 연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딱 한 달간만 개방된다. 습지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습지 개방 기간은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다. 예약은 7월 10일 부터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를 가능하다. 강물이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풍경이 아름답고 수달과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천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 인기다.

습지탐방은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km 코스에서 진행된다. 탐방객들은 함께 모여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습지를 돌아본다. 연근차도 맛볼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요원과 담당 공무원까지 동행한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유일하게 남은 건물인 자암서원, 울창한 대숲과 습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이 코스에 포함된다. 백련과 홍련의 아름다운 자태와 은은한 연꽃 향기는 탐방의 백미다.

여행/ 거문오름 용암길
‘비밀의 원시림’을 경험할 수 있는 거문오름 ‘용암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조천읍 선흘리의 거문오름(해발 456m) ‘용암길’ 역시 1년에 딱 한 번만 개방한다. 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북동쪽 해안선까지 이어지면서 20여 개 동굴을 형성했다. 하나의 화산에서 이처럼 많은 동굴이 만들어진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됐다.

거문오름 탐방 코스는 크게 두 개다. 거문오름 분화구와 거문오름 정상부 아홉 개 봉우리를 순환하는 ‘태극길’과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이어지는 ‘용암길’이다. ‘태극길’은 평소에도 예약을 하면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용암길’은 거문오름국제트레킹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만 개방된다. 올해는 개방기간은 7월 20일부터 28일까지다. 이 기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현장에서 출입증을 받아 누구나 용암길을 걸을 수 있다.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용암길’은 ‘비밀의 원시림’을 경험하는 길이다. 사람의 손실이 닿지 않은 덕에 숲이 태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길을 걸으면 식나무, 붓순나무 등 희귀 식물 군락도 만난다. 붕괴 도랑, 용암 함몰구 등 독특한 화산 지형도 볼 수 있다. 숯가마 터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 역사 유적도 산재해 있다.

여행/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싱가포르의 보타닉가든처럼 야외식물공원을 표방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새 명소’ 서울식물원...옛 연초제조창에는 문화예술의 향기 ‘솔솔’

서울의 서울식물원과 식민지역사박물관, 경기 연천의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전북 전주 팔복예술공장, 대구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 등은 새로 개방한 관광지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이 서울식물원이다. 지난 5월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정식 개원했는데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이유가 있다. 일단 국내 최초 야외 식물공원이다. 식물원이라고 하면 실내 온실을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이곳은 거대한 온실과 가슴을 뻥 뚫어주는 광활한 야외 공원이 결합된 형태다.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이 이런 형태의 식물원으로 유명하다.

서울식물원의 핵심구역인 ‘주제원’은 식물문화센터(온실)와 주제정원(야외)으로 구성된다. 식물문화센터에는 열대 지역과 지중해에 위치한 12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전시 중이다.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등 평소 구경하기 힘든 것들이 가득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간 수경 시설, 이탈리아 로마의 노단식 정원, 터키 타일로 모자이크 장식을 한 분수 등 이국적인 풍경도 많아 출사지로, 데이트 코스로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제정원에서는 한국 정원 문화를 살펴보고 토종 자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주제원 외에도 호수 옆으로 놓인 수변 데크를 따라 습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호수원’, 한강을 조망하며 산책이 가능한 ‘습지원’ 등이 마련돼 있어 실내 식물원과는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게다가 규모도 압도적이다. 면적이 50만4000㎡로 축구장(7140㎡) 70개를 합쳐 놓은 것과 맞먹는다. 도시 한 가운데 거대한 자연이 들어선 셈. 식물원 조성에 들어간 돈이 2156억원. 공을 들여 꾸며 놓은 만큼 반응이 좋다. 지난해 10월부터 임시 개방 중인데 지금까지 250만명이나 다녀갔다.

여행/ 식민지역사박물관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고랑포구역사공원
고랑포구역사공원 전시공간에 재현된 고랑포구 나루터./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시민단체, 독립운동계, 학계 등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해 박물관을 개관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일제 침략사와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자료들을 전시하는데 ‘을사오적’ 권중현이 받았다는 한국 병합 기념 메달과 증서,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이 일제에 국권을 넘긴다는 내용을 담은 칙유를 비롯해 3·1독립선언서 초판본, 동학 의병 관련 자료 등 희귀한 것들이 많다.

경기 연천 장남면의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은 과거 고랑포 일대의 역사를 재현한 공간이다. 고랑포는 과거 개성과 한양을 잇는 임진강 물자 교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 1930년대에는 백화점 분점과 우시장 등이 들어서 인파로 북적였다. 공원이 들어선 포구 마을은 옛 임진강변의 삶을 살갑게 투영한다. 전시공간에서는 당시의 풍경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여행/ 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의 마스코트가 된 예술작품 ‘써니’/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수창청춘맨숀
옛 전매청 연초제조창의 사택이었던 수창청춘맨숀. 현재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주 덕진구 팔복동의 팔복예술공장, 대구 수창동의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 등은 폐허 위에 들어선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25년 동안 방치된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 단지 및 폐산업 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되며 작가들의 스튜디오, 카페, 만화책방, 그림방 등이 들어서며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은 과거 전매청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와 연초제조창 사택이었던 곳이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왕성한 창작 활동 중인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1~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과 건물 곳곳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3층짜리 건물 2개 동으로 이뤄진 수창청춘맨숀에서는 집 안의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수창청춘극장’도 반응이 좋다. 공연장이 따로 없는데 화장실이 무대가 되면 거실이 객석이 되고 아파트 앞마당에서 공연이 열리면 테라스가 객석이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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