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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권 잇따른 여성후보 ‘이변’…남성 중심 정치 바뀔까

일본 정치권 잇따른 여성후보 ‘이변’…남성 중심 정치 바뀔까

기사승인 2019. 06. 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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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선거 출마를 할 경우, 후보자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구 활동에 막대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은 육아, 맞벌이 등의 부담으로 남성보다 지역구에 투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같은 여성으로서 육아, 일하는 여성 등의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 그리고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후보자남녀균등법’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우먼파워의 태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도쿄 아다치구의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달 26~27일 투·개표된 아다치구 구장(한국의 구청장)·구의원 선거에서 여성인 긴카와 유이코(銀川裕依子) 구의원 후보가 8000여표의 몰표를 받으며 당선됐기 때문. 33세의 젊은 나이에 구의원이 된 긴카와 의원은 지난해에도 입헌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구의원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약한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근 역과 슈퍼 앞에서 연설을 했다. 아다치구는 전통적으로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의 텃밭으로 초선의원, 특히 여성의원이 나오기 어려운 지역이어서 긴카와 의원의 당선은 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우먼파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변은 긴카와 의원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치러진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여성의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41개 광역자치단체 의회 선거 당선자 중 여성은 237명으로 전체 당선자 2277명의 10.4%에 달했다. 직전 선거였던 2015년 통일지방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207명이었다. 이번 통일지방선거는 올해 3~5월 임기가 만료되는 구장·구의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6월 19일 임기가 만료되는 구장을 이유로 아다치구는 따로 5월에 선거를 치렀다.

여성의원 대부분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승리를 낚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대에서 40대의 젊은 남성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유력한 지지 기반이 되고 있는데 비해 젊은 여성들은 ‘무당파’가 많아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환경이었던 셈. 실제 아사히신문의 올 1~5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20대 이하 56%, 30대 52%, 40대 50%가 아베 내각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의 경우 20대 이하 69%, 30대 63%, 40대 54%가 무당파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여성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여성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

도쿄 츄오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구의원으로 당선된 야마모토 리에(山本理惠·39)도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사례. 3자매의 어머니이자 전 IT 엔지니어인 야마모토 의원은 “여성, 아이를 키우는 육아세대, IT 엔지니어 등을 기반으로 한 호소가 유권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여성 후보들의 약진에 놀랐다. 시대가 변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시나가와 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자민당의 니시무라 나오코(西村直子·38)도 같은 경우.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그는 “열심히 살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호소한 것이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후보자남녀균등법도 여성들의 정치권 진출에 순풍을 불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법은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후보자 수를 가능한 남성과 여성 균등히 하라고 정당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정당들이 여성 후보를 밀어주면서 정치권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 역시 우먼파워가 기대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이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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