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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고기 모든 부위를 맛있게 하는 숙성

[기고]소고기 모든 부위를 맛있게 하는 숙성

기사승인 2019. 06.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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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장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신선도가 식재료의 생명인 시대, 반대로 오랜 시간 기다림을 가져야 맛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먹거리가 있다. 바로 숙성한 한우고기다.

많은 소비자들이 갓 나온 소고기가 최고인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숙성(熟成)’이란 소고기를 냉장온도에서 일정기간 보관해 맛을 좋게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는 도축 후 사후강직이 오는데 약 24시간이 지나면 근육에 있는 효소들에 의해 근섬유가 서서히 분해되면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식감도 배가 된다.

소고기의 숙성방식은 크게 건식숙성과 습식숙성으로 나뉜다.

건식숙성(dry aging)은 고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 습도, 풍속조건을 고려해 숙성시키는 방식이며, 습식숙성(wet aging)은 고기를 진공포장해 온도는 -1~4℃, 습도는 75~85% 수준으로 유지해 숙성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건식숙성은 약 4~8주, 습식숙성은 약 14~28일가량의 숙성기간을 가진다. 소고기는 10개 대분할육과 39개 소분할육으로 나눠진다.

각 부위마다 육질이 다양하고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어 적정 숙성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부위별로 적정 보관온도와 기간을 찾는 것이 숙성기술의 핵심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00년도부터 습식숙성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왔으며 2012년에는 부위별 적정숙성기간 예측프로그램을 개발해 16개 지역에 기술을 보급한 바 있다.

습식숙성은 진공포장 상태로 냉장보관하기 때문에 가공·유통업체, 식당, 레스토랑 등에서도 취급과 관리가 용이하다.

반면 건식숙성은 포장없이 숙성시켜 냉장보관하기 때문에 숙성과 관리에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지난해 저등급·저지방부위를 활용한 건식숙성기술을 개발했으며 생산가이드 책자로 발간해 전국 5개소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 보급 중에 있다.

그동안 저등급·저지방 부위는 질겨서 양념육이나 국거리, 찌개용으로 쓰였지만, 건식숙성기술을 이용하면 육질이 연해져서 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건식숙성육은 숙성과정에서 고기표면에 있는 수분이 증발해 맛과 풍미가 진하면서도 육질은 부드럽다.

숙성 2주 정도가 지나면 고기표면이 마르면서 어두운 색을 띠게 된다.

하지만 그 속의 고기근육은 효소작용으로 분해되고 절단되면서 연해지고 감칠맛이 늘어나며 고기 특유의 풍미가 강해지는데 상품에 따라 치즈나 버터 같은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나기도 한다.

대부분 질겨서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지만 숙성을 하게 되면 2등급 이하의 한우라도 고급 숙성육으로 바뀌면서 상품의 부가가치는 기대 이상으로 높아진다.

저등급·저지방 부위를 습식숙성 또는 건식숙성해 소비를 확대한다면 부위별 균형소비를 유도할 수 있어 한우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우려내야 진한 맛이 나는 한우사골처럼, 긴 시간 숙성해야 깊은 풍미를 가지는 숙성한우, 기다림의 시간을 더해 맛의 가치를 높인 숙성한우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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