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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계열사에 “김치·와인 구매해” 부당이익 챙긴 ‘태광그룹’ 제재

공정위, 계열사에 “김치·와인 구매해” 부당이익 챙긴 ‘태광그룹’ 제재

기사승인 2019. 06. 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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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기업집단 태광이 총수 일가의 소유회사가 생산한 김치·와인을 소속 계열사들이 구매하도록 해 총 33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챙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됐다.

공정위는 17일 기업집단 태광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일인,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前)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512톤, 95억5000만원어치를 구매토록 했다.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게 되자 총수 일가가 이를 만회하고자 ‘김치사업 몰아주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4년 5월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각 계열사에 고가의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계열사에 구매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이 받은 김치는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치 가격도 월등히 비쌌다. 알타리무김치든 배추김치든 1㎏당 1만9000원으로 계열사에 팔렸다. CJ ‘비비고’ 김치의 경우 배추김치는 ㎏에 6500원, 알타리무김치는 7600원인데 비하면 이 김치는 2~3배 비싼 것이다.

이 같은 행위로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은 43.4~56.2%에 달해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그룹은 2015년 7월부터는 아예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하고서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계열사의 김치 구매를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각 계열사는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털어 포인트에 상당한 금액을 휘슬링락CC에 지급했다.

또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은 지난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 메르뱅을 통해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그룹-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같은 해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 5000만원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 또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도 동일인의 처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티시스와 메르뱅 각각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 유통시장에서 경쟁까지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든 계열사들은 와인을 구매하면서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와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실장에게 시정명령 조치와 함께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고, 총 21억80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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