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체 인증기술 개발 몰두
적극적으로 홍보할 유인책 없는 탓
'PASS' 출시 기록 대비 오름세 저조
"가입절차 간소화 등 차별화 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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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사인은 삼성SDS가 참여하고 금융당국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은행권 최초 블록체인 인증서비스다. 기대와 관심 속에서 출범했지만 시중은행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뱅크사인 발급 수는 이날 기준 8만여 건에 그쳤다. 국책·지방은행 12곳의 발급수까지 합치면 23만건 수준이다. 지난해 말(11만건)에 비해 2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공동출시한 패스(PASS) 인증서는 출시 1달 만에 200만건을 돌파했다.
게다가 실제 사용률도 공인인증서에 비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뱅크사인보다는) 공인인증서에 익숙한 편”이라며 “아직 뱅크사인 출시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급수가 눈에 띄게 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뱅크사인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시중은행이 적극 나설 만한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뱅킹앱 인증서비스에 뱅크사인 메뉴를 추가했지만, 최근 시중은행이 자체 인증기술을 선보이면서 이러한 유인책도 사실상 사라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수익창출 목적보다는 공공목적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성 있고 차별화된 인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은행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뱅크사인 서비스를 특정 뱅킹앱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에선 시범운영 차원에서 스타뱅킹미니에만 뱅크사인을 탑재했다. 메인 앱인 스타뱅킹에선 뱅크사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KB국민은행 측은 “뱅크사인을 메인 앱인 스타뱅킹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연합회도 서비스 편의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 따라, 절차 간소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신청한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공기관에서도 뱅크사인을 이용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