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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글레이(GLAY) 리더 타쿠로 “한국팬들 진심 어린 애정에 감동…다시 오고파”

[단독 인터뷰] 글레이(GLAY) 리더 타쿠로 “한국팬들 진심 어린 애정에 감동…다시 오고파”

기사승인 2019. 07. 0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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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 타쿠로가 내한공연 이틀째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호텔 룸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방정훈 기자


"한국팬분들이 저희에게 주신 성원은 진심 어린 것이었어요. 전 이들의 전하는 따뜻함에 '우리가 홋카이도 하코다테라는 일본의 조그마한 동네에서부터 시작한 밴드지만, 열심히 음악을 하니 이렇게 한국에까지 전달되는구나'라는 감동과 놀람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이게 첫날 내한공연에서 첫 곡을 시작하면서 든 제 감상입니다."


내한공연 이틀째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호텔 룸에서 기자와 만난 글레이(GLAY)의 타쿠로(기타·리더)는 메이저 데뷔 25주년을 맞이해 전날 처음으로 한국에서 무대(GLAY 25th Anniversary Special LIVE in Seoul 2019)를 선보인 것에 대해 이같은 소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3년 등 이전에도 여러 번 한국에서의 공연을 시도했지만, 타이밍이 어긋나 무산됐다며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타쿠로는 "자우림이 주최하는 공연을 통해 출연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이후 홍콩·타이완 등에서 공연을 하고는 한국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장이나 스케줄 등 여건이 맞지 않아 지금껏 인사드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년 스태프들과 논의는 해왔는데 결국 이제서야 오게 됐다. 어찌 됐든 한국팬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점에 대해서는 정말 용서를 구하고 싶다. 실제로도 오래 기다렸다는 팬분들의 마음이 무대에 그대로 전달돼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타쿠로는 서태지, 자우림, JYJ 김재중·김준수 등 국내 뮤지션들과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 정치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이쪽에서 진정성을 보이면 상대방도 선의를 드러냈으며 이러한 관계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특히 19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자우림에 대해 "'글레이엑스포 2001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개최하면서 아시아 밴드를 초대하고자 했는데, 이때 자우림의 음악을 듣고 감동받아 초청했다. 멤버들 역시 유머러스함은 물론 착하고, 친절하고, 젠틀했다"면서 "이들과는 여름 휴가를 같이 보내기도 했다. 김윤아씨의 경우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남편분과 같이 일본에 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며 깊은 친분을 드러냈다.  


자유림 역시 이번 내한공연이 열린 KBS아레나 정문에 '글레이 첫 내한 공연을 축하합니다'라는 리본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내 애정을 전했다.  


타쿠로는 처음 자우림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느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음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그저 우아하고 멋지기만 한 게 아닌 쓸쓸하면서도 슬픈 무언가를 느껴졌다. 그건 마치 인생이 일부를 통찰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JYJ와의 관계에 대해선 "아내가 김준수를 좋아해 가족 모두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고, 김재중의 경우 곡을 써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타쿠로는 2013년 10월 김재중이 발매한 1집 솔로 앨범 'WWW' 내 12번째 트랙인 'Modem Beat'의 작·편곡을 맡았다.


타쿠로에 따르면 테루(보컬) 역시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지난 2월 펜타곤의 일본 데뷔곡 '코스모'(COSMO)의 작사·작곡에 참가했다. 젊은 나이에 맞지 않는 음악에 대한 실력과 열정이 테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타쿠로는 내한공연만의 콘셉트에 대해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이 글레이'라고 느낄 수 있는 선곡을 했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팬들이 더욱 글레이를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글레이의 영혼'을 선보였다고 자신했다. 테루의 경우는 이번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을 2~3번이나 방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기억에 남는 한국팬과의 일화를 묻는 기자에게 "예전부터 편지를 받고 있다. 주로 몸이 아프거나 누군가와의 트러블로 인해 상심할 때, 우리의 음악을 듣고 격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내게 있어 정말 큰 영광"이라고 겸손해했다. 


또한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할 때의 글레이의 음악을 들어준다는 것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러한 편지를 통해 '좀 더 사람을 위한 음악',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한국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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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록밴드 글레이(GLAY) 테루, 하사시, 지로, 타쿠로가 데뷔 25주년 맞이해 한국 내한 콘서트 참석차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2017년부터 LSG라는 소속사를 직접 차려 운영 중인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과거 회사 밑에 소속돼 있을 땐 경영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되고, 그것이 히트로 이어지지만, 팬들을 위한 음악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쿠로는 "내가 사장으로 있는 지금은 우리들의 노력과 자금을 들인 콘서트를 개최하고, 이를 팬들이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는 보통의 회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3년간 돈을 모은 다음 다시 3년간 팬들을 위해 쓴다. 사무소에 소속돼 있을 땐 1년 안에 결판을 내야 했지만, 대표가 되고 나서는 이런 식으로 5년 또는 10년의 활동 계획도 짤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내한공연의 경우도 평균 이하의 연출이 아닌 제대로 된 스테이지를 만들고, 티켓값 역시 너무 비싸지 않게 기획할 수 있었다. 이런 건 우리가 직접 운영할 때만 이룰 수 있는 성과"라고 뿌듯해했다. 

실제로 글레이는 이번 내한공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기본적으로 무대 영상에 한국어 제목·가사를 띄워 일본어를 잘 모르는 한국팬들을 배려했다. 또한 멤버 전원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사랑해" "함께 노래해" "와줘서 고마워" "만나서 반가워" 등의 멘트를 하며 조금 더 가까이 소통했다. 특히 테루의 경우 히트곡 중간중간 "大好きな韓国(정말 좋아하는 한국)" "待ちこがれていた 韓国をこうして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한국을 이렇게)" "やわらかな風が吹く韓国で(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한국에서) 등으로 개사해 불러 한국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히사시 또한 "참이슬 주세요"라고 스태프에게 외친 후 건네받은 참이슬병 들고 마시는 모습을 보이며 "뜨거워. 잘 먹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타쿠로는 저작권에 대해 "지금부터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레코딩을 할 때도 음반 회사가 반, 우리들이 반의 자금을 내서 라이센스를 제대로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일본은 보통 레코드 회사가 라이센스 소유권을 전부 갖는다. 그러면 다툼이 일어났을 때 그 곡을 연주하지 못하게 되거나 모르는 사이에 베스트 음반이 나오거나…. 결국 그로 인해 점차 관계가 나빠지게 된다"며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고백했다.

글레이는 전 소속사 언리미티드 그룹과 매우 큰 악연이 있다. 그룹은 2005년 글레이가 회사에서 나갈 때 '곡 저작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라이브에서 노래 부르지 마라'며 소송을 걸었다. 또한 글레이 측과 진행 중이던 저작권 양도 계약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하지만 다행히 도쿄 지법 재판부는 그룹에게 "글레이 측에 147곡의 저작권이 귀속되는 것이 당연하며 부당이득 6억8000만엔을 지불하라"는 선고를 내렸다.

그는 "아메리카식으로 보자면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잘 참고한다. 이들 플레이어와 에이전트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젊은 아티스트들도 이런 식으로 점차 잘해나간다면 앞으로는 적어도 계약에서의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실력파 록 뮤지션이 그렇듯 타쿠로 또한 글레이에서 벗어났을 땐 보다 근원적이면서도 진한 블루스나 즉흥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재즈에 열중한다고 한다. 친한 뮤지션들이 모이면 금새 그런 분위기로 흘러간다는 것. 당장 그는 7월 7일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것을 보면서 재즈 라이브를 할 계획이다. 이후엔 동료 밴드인 루나시(LUNA SEA)의 스기조(기타) 생일 이벤트에 솔로 아티스트로서 참가, 변함없는 우정을 다질 예정이다. 

그가 이처럼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타 인스토로멘탈, 즉 보컬을 대신해 기타로 노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킨 후 이를 글레이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자신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글레이의 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타 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타쿠로는 "재즈에 있어선 펑키한 기타가 특기인 그랜트 그린(Grant Green), 그리고 리 모건(Lee Morgan)이라고 하는 트럼펫 연주가가 롤 모델이다.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 모건의 트럼펫처럼 기타를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블루스에 있어선 역시 에릭 클립튼(Eric Clapton)을 좋아한다. 지인이 클립튼씨와 아는 사이여서 재작년 영국에 있는 그의 집에도 방문했었다. 그때 마침 비가 내렸는데 내가 도착하니 클립튼씨가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계시더라. 속으로 '정말 잘 왔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3시간 정도 주방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내겐 신적인 기타리스트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그저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이러한 클립튼씨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우상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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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가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KBS아레나에서 ‘GLAY 25th Anniversary Special LIVE in Seoul 2019’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방정훈 기자
타쿠로는 25년간 멤버들과 활동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비결로 오래 함께한 시간과 서로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이미 테루는 12살 때부터 친구였기에 벌써 3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다. 

그는 "우리들이 만든 음악이 점차 변한다 해도 본질은 그대로다. 예를 들어 'Winter, Again'이라는 곡을 아무리 뛰어난 뮤지션이 연주해도 글레이 같은 느낌을 낼 순 없다. 이는 아마도 우리가 모두 홋카이도, 일명 '눈(雪)의 고장'에서 태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타쿠로는 "우리는 눈의 혹독함이라든지 차가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겨울, 길에 눈이 엄청 많이 내릴 때 걷는 느낌의 기타'라고 히사시(기타)에게 설명하면 그는 바로 '이런 느낌이지?'라며 생각한 바를 연주한다. 이런 건 악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친우에 대한 끈끈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또 "이처럼 서로의 근본이 같지 않으면 전해질 수 없는 감각이기 때문에 오키나와나 멕시코 사람이 친다면 전혀 다른 연주가 될 것이다. 이런 게 음악의 재미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타쿠로는 멤버들 중 누군가 한 명이라도 병에 걸리거나 죽게 돼 연주를 할 수 없게 되면 글레이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 개인으로서는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언제 어디서든 연주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그저 끝날 땐 처음 친구들을 끌어들인 내게 '함께 하자고 해서 고마웠어'라는 말을 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며 "테루는 30주년, 40주년이 돼도 스테이지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며 웃어 보였다. 

타쿠로는 오로지 글레이의 일원으로 좋은 음악을 만든 다음 투어를 해왔고, 앞으로도 초대해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연주하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는 "글레이를 초대해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서든 하고 싶다. 우리들하고 같은 연령대의 많은 밴드들은 몇 년 정도 떨어져 있거나 공연보다는 연예 쪽 활동을 메인으로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우리는 라이브 위주의 밴드로 남고 싶다"며 밴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타쿠로는 "난 악기가 좋아 무대 위에 계속 선다. 하지만 청중이 바로 눈앞에서 기타음을 듣는 경우는 점차 드물어지고 있다. 컴퓨터 음악이 주류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록밴드가 소수자 입장에 있지만, '기타 밴드 글레이' '기타가 멋있는 글레이'라는 소리를 듣는 걸 목표로 계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글레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밴드다. 1994년 메이저 데뷔 이래 꾸준히 활동해 온 몇 안되는 그룹에 속한다. 또한 '유혹' 'However' 'Beloved' 등 다수의 밀리언셀러 히트곡을 보유함은 물론 △1999년 엑스포 콘서트 20만명 △2014년 동일본대지진 자선콘서트 15만명 △2015년 20주년 도쿄돔 콘서트 14만명 등 많은 관객 동원 신기록도 자랑한다.

타쿠로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 '힘든 사람을 도와줄 것' 등 음악이 자신에게 많은 걸 알려줬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자선 콘서트와 캠페인(ZERO LANDMINE 등) 에 참가해 인간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음악은 타인을 도울 뿐 아니라 지금 있는 소중한 동료들 지로(베이스), 테루, 히사시 등을 이어주기도 했다. 가족 또한 덕분에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인생을 배우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며 음악을 바라보는 자신의 견해와 철학을 전했다.

타쿠로는 "지금은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생활 중인데, 여기 있는 이들은 옆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의 학교에 가면 그냥 한 학부모일 뿐 GLAY의 타쿠로는 없다. 한 인간과 인간으로 사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다"며 범인류애적인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의 이 같은 모습은 그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존 레논과 매우 닮았다. 존 레논 역시 생전에 인생을 바쳐 평화, 평등, 사랑을 외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 위대한 아티스트다. 비록 그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잘못되거나 실패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또다시 약자를 대변했다. 

타쿠로는 마지막으로 한국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에 와서 여러분의 깊은 애정과 우정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에요. 공연장에서 보여주신 여러분의 정열적인 반응은 분명 뮤지션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객석에서 보내주시는 무한한 에너지는 저희의 연주를 점점 좋게 만들었어요. 한국은 아티스트를 성장시키는 나라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공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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