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조선업 불똥 우려
中 양대 조선사도 합병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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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유럽연합(EU)·일본·중국·카자흐스탄 등 5개국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이들 국가들은 합병으로 탄생하게 되는 조선사에 대해 독과점 여부 등을 심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최대 난관 절차로 여겨졌던 기업결함심사가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해외 심사대상국 중 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꼽힌 곳은 EU였지만, 최근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자국기업과 산업 보호를 위해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심사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4월 초 EU와 실무접촉에 들어가고 기업결합 신고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간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심사를 지연시킬 수도 있지만, 정부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경제보복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 등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일본은 이번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 절차에서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단 기업결합심사 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서류 준비 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NG선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세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칠 경우 두 회사의 전체 선종 비율은 21%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LNG선의 경우 전 세계 시장에서 수주물량 60.6%를 차지한다. 또 수주잔량은 세계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소의 3배가 넘는 규모가 된다.
또 수주잔량을 놓고 보면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소의 수주잔량의 3배가 넘는 규모가 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000CGT(13.9%), 2위인 대우조선은 584만4000CGT(7.3%)의 수주잔량을 기록했다. 이마바리조선소 수주잔량 525만3000CGT(6.6%)를 차지했다.
중국의 견제 강화도 합병을 추진 중인 국내 조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연간 조선 수주량 순위에서 6연 연속 한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앞세워 다시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거대 국유기업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하기 위해 자국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그룹의 계열 상장사 8곳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2위 규모의 조선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합쳐진 기업의 연매출은 약 86조원으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수주잔량도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해양의 총합에 바짝 다가서 국내 조선사에게는 외형 면에서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중국 거대 조선사의 탄생이 국내 빅3 조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발주로 선박 수주 점유율 높여가고 있지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에 있어서는 국내 대형 조선사와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며 “국내 대형사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국내 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재편하려는 것처럼 중국도 자국 조선업계 1, 2위 업체인 CSIC·CSSC 합병사와 3위 업체인인 중원해운중공의 ‘빅2 체제’로 재편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에서 쉽게 반대 입장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추진되는 만큼 합병 마무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보다 빠른 올해 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