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의 상황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급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시내 마천루들이 상당 부분 비어 있다. 공실률은 8년 만의 최고인 11.5%까지 상승했다. 선전보다 나은 것을 보면 중국의 수도라는 덕을 보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공실률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분위기를 보면 선방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상하이는 지난 분기보다 무려 4.4%P 상승한 공실률만 봐도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 10년 만의 최고치인 18%를 2분기에 기록하면서 부동산 버블이 꺼져가지 않느냐는 관측이 일리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3분기에 더 상승한다면 업계에서 느낄 위기감은 거의 공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묻지마 건축 붐이 한창이던 금세기 초부터 전국 곳곳에 세워진 50∼100여개의 이른바 구이청(鬼城·주민이 살지 않는 도시)들 역시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텅 빈 도시에서 더 나아가 지청(棄城), 즉 모든 것이 황폐화된 좀비 도시가 될 위험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간쑤(甘肅)성 우원관(玉門關)을 꼽을 수 있다. 한 때는 나름 발전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붐이 대대적으로 불었지만 지금은 버려진 도시가 돼 버렸다. 상주 인구도 과거 13만명에서 지금은 1만5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100㎡ 전후의 아파트 가격이 평균 1만5000 위안(元·255만원) 전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없다고 해야 한다.
아슬아슬한 상황인 정부·기업·가계의 총부채도 부동산 버블이 직면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규모가 중국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를 훨씬 상회하는 303%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297%보다 6%P 늘어난 것으로 얼핏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발표한 주체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금융협회(IIF)라면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총리를 지낸 주룽지(朱鎔基·91)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62) 전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이 2018년 11월 말 비공개 포럼에서 총부채가 이미 600조 위안을 넘었다는 주장을 편 사실까지 더하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가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했다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더 나쁜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 개연성 역시 농후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아킬레스건인 부동산과 부채 버블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이라는 말은 누가 뭐래도 불후의 진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