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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쓰레기통 아냐”…동남아국가들은 왜 쓰레기와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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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쓰레기통 아냐”…동남아국가들은 왜 쓰레기와 싸우나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기사승인 2019. 07.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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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적 쓰레기 처리 산업, 쓰레기 재처리 통해 제조업에 필요한 원료 공급
中 인건비 상승, 환경오염 불거지자 제조업 떠오르고 인건비 싼 동남아로 몰려
환경문제, 국내외 정치적 위상 타격 우려 높아져
Cambodia Plastic Waste <YONHAP NO-4087> (AP)
지난 16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적발된 컨테이너. 83개 컨테이너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밀반입된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 1600t가 가득 차있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사진=연합,AP
“쓰레기 도로 가져가세요”(인도네시아)·“우리나라는 쓰레기통이 아니다”(캄보디아)·“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다시 가져다 버리겠다”(필리핀)…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쓰레기와의 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장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제조업·쓰레기를 수출하려는 선진국들·쓰레기 산업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과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전쟁이 얽혀있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문제는 지난 16일 캄보디아에서 적발된 미국·캐나다산 쓰레기. 크메르 타임즈에 따르면 캄보디아 남서부 시아누크빌항에서 적발된 83개 컨테이너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밀반입된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1600t의 쓰레기가 가득했다. 중국 업체에 의해 밀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훈센 총리가 “캄보디아는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쓰레기 수입 금지를 지시한지 4일만에 불거진 일이다. 캄보디아는 이번 일을 “심각한 모욕”으로 여기고 있으며 강경대응 할 방침이다.

지난 4~5월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발끈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유독성 쓰레기를 수출한 캐나다에 “밀반입된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지 않으면 캐나다로 배를 타고 가 그들의 쓰레기를 다시 버리고 오겠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쓰레기 회수가 늦어지자 주캐나다 대사와 영사를 자국으로 소환해 외교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밀반입된 쓰레기 컨테이너를 미국과 유럽에 연달아 돌려보낸 말레이시아 역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쓰레기를 실어보내는 걸 중단해야 한다”며 비용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동남아 국가들이 쓰레기와 싸우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해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종이를 비롯해 전 세계 쓰레기 수출의 절반을 처리하던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과거 중국은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자원’ 때문에 쓰레기를 수입했다. 전자제품·폐의류·폐비닐·폐플라스틱를 선별, 재처리를 통해 제조업에 필요한 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수 십 년 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로부터 쓰레기를 수입해 제조업 부문의 원료를 일부 충당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빠르게 성장해 원료가 필요했던 중국 제조업계와, 쓰레기 분류·선별·처리 등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노동을 처리할 수 있던 저렴한 인건비 덕분이었다. 이러한 쓰레기 ‘재처리’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인건비가 비싼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에겐 의미가 없는 산업이자 되려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 선진국들의 엄격한 환경규제도 쓰레기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중국의 제조업이 안정단계로 접어들고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쓰레기 산업의 메리트도 점차 감소했다. 이에 더해 수입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재활용·재처리가 불가능한 오염 폐기물이란 점, 이로 인해 중국의 매립지에 한없이 쌓인 쓰레기들이 수로를 비롯한 각종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하자 중국이 결국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이후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한 것은 당연한 수순. 중국에 이어 제조업이 부상하고 있고, 인건비가 저렴하며,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환경 규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노린 민간 부문에서 속속 불법 처리 공장들이 증가해, 쓰레기 밀반입도 급증해 결국은 처리 불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이 겪었던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입만 전기 대비 인도네시아에서 56%, 베트남에서 50%, 태국에서 1370%가 증가했다.

이에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쓰레기 거부를 속속 선언하고 있는 상황. 쓰레기 산업이 정부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보다 그것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각종 질병과 환경문제들, ‘쓰레기통’이 되어버렸다는 국내외 정치적 위상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밀려 들어오고 있는 쓰레기를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뒤따를 사회적 비용도 동남아 국가들에겐 큰 걱정이다. 두테르테와 훈센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쓰레기 문제로 선진국을 비판하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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