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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파산 열풍이 부는 것은 전반적 불황 이외에도 대출 문제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눈에 띄게 준데다 금리도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부동산 업자인 량윈펑(梁雲峰) 씨는 “이제 부동산 산업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 당연히 시장에 돈이 안 돈다. 대출은 더욱 꽉 막혔다. 첸황(錢荒·돈맥경화)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로서는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상황이 진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산 열풍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쓰러질 것이라는 말이 된다. 심지어 황치판(黃奇帆)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위원은 최근 “향후 10년 동안 수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도산할 것이다. 전체의 3분의 2 이상은 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산업이 직면할 비극을 기정사실로 전망하기도 했다. 진짜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쓰러지는 기업은 최소한 6만여 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산업은 2018년을 기준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 전후를 담당할 정도로 효자 산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로서도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면서도 은근히 토건족들이 세운 부동산 기업들에 의존해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당연히 이유는 많다. 우선 그동안 시장이 너무 거품에 휩싸여 있었다. 이제는 꺼질 때가 왔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거의 대부분 부동산 기업들이 부실 덩이라는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웬만한 대형 기업들의 경우 부채 비율이 1000%를 넘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의 부동산 중에 텅텅 비어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일 만큼 공급과잉 현상 역시 이유로 부족하지 않다.
거품은 언제인가는 꺼지게 돼 있다. 빚도 마냥 상환을 연장하거나 돌려막기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이유 만으로도 중국의 10만여 개 가까운 부동산 기업들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그동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토건족들이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보면 확실히 세상에 영원한 잔치는 없다는 사실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