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영 기업들이 최근 대거 도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기업들까지 휘청거리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파산 도미노도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듯하다.
중국 경제 사정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9일 전언에 따르면 역시 위기 원인은 극심한 돈가뭄, 즉 첸황(錢荒·돈맥경화)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첸황은 거의 역대급이라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향후 10년 내 현재의 부동산 관련 기업의 3분의 2가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고위 경제 당국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7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파산이 선고된 기업이 280여 개에 이른 현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중에는 중국 내 500대 기업 순위 215위의 상장기업인 인이(銀億)그룹도 포함돼 있다.
돈맥경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가 155%에 이르는 현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달러 베이스로는 20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중국 금융 당국은 돈이 없지 않다. 외환보유고가 3조1000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작심하면 돈을 풀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영 기업들의 도산을 우려해 돈줄을 더욱 바짝 조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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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글로스터가 38호에 소재한 중국의 부동산 기업인 헝다(恒大)의 건물. 외형은 화려하나 IOU를 가장 남발한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는 말이 된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상황이 심상치 않자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된 기업들은 차용확인서(IOU) 발행을 남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물량이 7월 말을 기준으로 이미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향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중국 경제는 27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일부에서는 바오류(保六·6% 성장 사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치 앞을 모를 첩첩산중에 내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중국 민영 기업들의 운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 같이 도산의 생사기로에 직면했다고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지금 이들의 화두가 ‘훠샤취(活下去·생존하기)’인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