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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푸른 숲길에 메아리치는 “대한독립 만세”

[여행] 푸른 숲길에 메아리치는 “대한독립 만세”

기사승인 2019. 08.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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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여행/ 월정사 전나무 숲길
월정사 전나무 숲길. 녹음이 짙은 여름 풍경은 더욱 운치가 있다. 평온한 풍경 뒤로 항일 독립운동의 치열한 역사가 흐른다.


곧 광복절(15일)이다. 이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광복절 역사여행 10선’을 선정했다. 의미 깊은 역사여행지와 즐길거리가 있는 테마여행지를 엮어 전국 10개 지역에 각각의 코스를 짰다. 정보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강원도 코스가 눈에 띈다. 여정의 중심이 월정사다. 맞다.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강원도 평창 진부면 오대산의 천년고찰. 이 평화로운 사찰이 항일 독립운동의 전초기지였단다. 이야기는 이렇다.

1919년 3·1운동 직후 서울에서 비밀 독립운동 단체 ‘독립대동단’이 결성됐다. 독립대동단은 중국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과 항일 무장조직을 위한 군자금을 모았다. 또 비밀리에 ‘대동신보’를 발행해 조선 민중의 독립의지도 고취했다. 특히 대한제국 고종의 아들 의친왕을 상해로 탈출시키려다 일본 경찰에 적발된 사건은 유명하다. 의친왕을 임시정부에 참여시켜 외교적인 효과를 높이고 제2차 독립선언서까지 발표할 계획이었다. 어쨌든 독립대동단의 규모가 상당했다. 3·1운동 이후 생긴 비밀조직 가운데 최대로 평가된다. 승려, 여성, 관료 등 각계 각층에서 참여한 사람이 수만명에 달했다.

월정사의 지암스님(이종욱·1884~1969)도 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3·1운동 당시 평창의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이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도 참여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온 후에는 상해 임시정부와 국내 비밀 독립운동 조직을 연결하는 연락망인 연통제를 조직했다. 활동 중 일제에 체포돼 투옥됐지만 출옥 후 월정사에 머물며 여전히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독립대동단의 활동무대 가운데 한 곳이 월정사였다.
 

여행/ 월정사
월정사 적광전과 팔각구층석탑.


월정사는 일주문에서 경내로 이어진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로 유명하다. 수백 년 수령의 나무들이 도열하는데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그만이다. 녹음이 짙은 여름에는 더욱 운치가 있다. 숲 그늘을 따라 쉬엄쉬엄 걷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도시생활에서 생긴 생채기도 시나브로 치유된다. 1km 남짓한 길이지만 여운은 더욱 길게 간다. 이 길을 걷기 위해 애써 찾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 이토록 평온한 풍경 뒤로 흐르는 역사는 치열했다. 역설적인 풍경이 주는 울림은 더 크다. 이런 치열함을 알고나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정갈한 경내를 산책하며 먹먹함을 풀어본다.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만나는 월정사.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천년고찰이다. 적광전 앞 마당의 팔각구층석탑은 국보 제48호다. 가람들은 한국전쟁으로 모두 불탔다. 현재 건물들은 1964년에 중건했다. 그럼에도 절은 품위와 기개를 간직하고 있다. 오대산의 푸른 기운이 이곳에 모인 듯 느껴진다.
 

여행/ 흥정계곡 팔석정
흥정계곡 팔석정 일대.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명인 양사언이 빼어난 풍광에 반해 8개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


오대산은 불가에서 문수보살의 성산(聖山)으로 여겨진다. 이유가 있다. 중국 산서성에도 오대산이 있다. 자장이 중국 유학 당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의 사리와 가사를 전해 받았다고 전하는 곳이다. 신라로 돌아온 자장은 중국 오대산과 이름이 같은 평창 오대산에 적멸보궁을 짓고 부처의 사리와 가사를 모셨다. 적멸보궁은 월정사의 산내 암자인 상원사에서 산길을 따라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입구)까지 계곡을 따라 약 8.9km의 ‘선재길’이 조성돼 있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 길을 걸으며 사색과 힐링을 즐긴다. 경사가 거의 없어 부담도 적다. 선재길 옆으로 자동차 길이 있다. 월정사와 상원사까지 버스도 다닌다.

상원사까지 간다면 문수보살동자상과 고양이 석상을 찾아본다. 조선의 세조와 인연이 깊은 것들이다. 조카(단종)를 밀어내고 왕위를 차지한 그는 심신의 안정을 얻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았다. 문수보살동자상에 얽히 이야기는 이렇다. 피부병을 앓던 세조가 이곳에서 동자의 모습을 한 문수보살을 만난 후 피부병이 나았다. 실제로 1984년 문수보살동자상을 보수할 때 복장에서 세조의 속적삼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또 어느 날 세조가 법당에 들어가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옷을 물어 뜯으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절 안에는 세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숨어 있었다. 이를 고맙게 여겨 고양이 석상을 세웠다고 전한다.
 

여행/ 장전계곡
사위가 고요한 장전계곡 상류.
여행/ 막동계곡
풍경이 아름다운 막동계곡.


평창은 산과 골이 깊어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더위를 잊게 만들 이름난 계곡도 부지기수다. 봉평면과 용평면에 걸쳐 흐르는 흥정계곡도 이 가운데 하나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아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평창 간 김에 계류에 발을 담가본다. 중간중간 소(沼)가 형성돼 있고 계곡 주변으로 나무가 울창하다. 계곡 초입의 ‘팔석정’은 관광명소다.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명인 양사언(1517~1584)이 강릉부사(당시 봉평은 강릉 관할)로 있을 때 빼어난 풍광에 반해 여덟 개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 바위에 새긴 글씨는 희미해져 알아보기 힘들지만 힘차게 흐르는 계류와 웅장한 바위를 벗삼아 즐겼을 그의 풍류는 눈에 선하다.

진부면 장전계곡은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평창과 정선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에서 발원해 오대천과 합류한다. 오대천과 가까운 계곡 초입에는 수량이 풍부하다. 상류 일대는 ‘이끼계곡’으로 불릴 만큼 청정한 풍경을 자랑한다. 사위가 고요해 ‘힐링’하기 제격이다. 장전계곡과 가까운 막동계곡 역시 풍경이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곳으로 조용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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