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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대일본 외교, 가슴은 뜨겁게, 말과 행동은 절제 필요

[장용동 칼럼]대일본 외교, 가슴은 뜨겁게, 말과 행동은 절제 필요

기사승인 2019. 08.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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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한국경제사에 엄청난 쇼크로 인식되고 있는 1997년의 외환위기는 한보 부도가 단초가 되어 대우그룹이 침몰하면서 국가 대외신뢰도가 추락하고 그 위기가 나라경제 전체로 번져나간 것이다. 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이 초래한 대기업의 연쇄부도, 금융기관 부실, 대외신뢰도 하락, 단기외채의 급증 등으로 인한 결과다. 악순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 화폐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기관이 파산했다. 한보그룹을 필두로 삼미그룹, 진로그룹, 기아자동차그룹, 해태그룹, 뉴코아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 실업자 급증과 사회적 불안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가적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본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이를 증폭시키는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 역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일제치하에서 건설된 광화문의 중앙청 청사(과거 조선총독부) 철거를 놓고 심한 마찰을 빚었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문민정부의 수반이 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과의 과거 청산의 하나로 대일 종속의 상징이던 중앙청 건물 철거라는 용단을 내렸다. 김 전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중앙청 돔(Dome)을 잘라내는 과정을 TV로 생중계까지 했던 모습도 아직 생생하다. 일본은 이전 비용까지도 모두 제공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보존 대안을 들고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의 건축 문화를 아시아에 접목한 문화재적, 역사적 가치를 들어 청와대 등 관계 요로에 이전, 보존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민족감정 차원에서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 흔적조차 없애버린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제 식민지 교육의 잔재이던 ‘국민학교’란 이름도 국가주의적 전체주의의 이념체제를 비판하며 ‘초등학교’로 개명해 버렸다. 이같은 일련의 정책이 민족 감정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카타르시스적 이벤트이자 국민의 자존을 살리는 대외적 항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일본의 몽니였다. 순연해주던 우리의 단기 외채 연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외채의 만기를 장을 더 이상 연장해주지 않으면서 자금인출량이 외환보유고를 초과, 외환시장이 한꺼번에 극심한 혼란에 빠져든 것이다. 더구나 당시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단기차입을 급속도로 늘렸고 이에 따라 대외지불부담이 1992년 629억 달러에서 1996년 1643억 달러로 연 평균 27% 증가한 상황이었다. 보유한 외환 250억 달러조차 장부에만 있고 이미 나눠 써 버린 우리 경제는 하루아침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고는 헤어나올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일본은 또 외채 채무만기 연장 중단과 이로 인한 한국의 외환위기 예고를 미국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자서전 ‘격동의 시대: 신세계에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Adventures in a new world)’에서 ‘다음은 한국 차례라는 일본 관계자의 통보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이 거론된 것이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과의 극한 마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독일과 달리 일본의 사죄와 배상 행태는 몰염치를 넘어서고 있음에 틀림없다. 국민적 감정 역시 결코 사그라들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 감정은 우리의 핏속에 면면히 흘러야 하고 지속적으로 차분히 교육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 민족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이롭지 못하다.

더구나 위정자들이 선동하듯 말을 앞세우고 민족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국가의 발전과 도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슴은 뜨겁게, 그리고 말과 행동은 절제하는게 지금 우리가 취해야할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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