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 대리상 운용의 올바른 이해

[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 대리상 운용의 올바른 이해

기사승인 2019. 08. 23. 22:4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결코 쉽지 않은 만큼 노하우 필요
한국 기업이나 상품이 중국에 진출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 내수 유통망 구축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의 유통 구조 자체는 대동소이 하다. 그러나 그 중 대리점 관련 유통 단계 즉 총판(총판매 대리상), 독점 대리상, 일반 대리상 등은 중국의 특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종종 한국 내에서 이들에 대한 소개가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좀 더 올바른 이해와 운영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고윤철
필자 고윤철 씨(전 중국 장쑤성 진잉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아직도 적지 않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 유통을 단일 기업인 ‘총판’에 위탁하고는 한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지역마다 시장 발달 상황, 유통 상황, 고객 성향, 현지의 관시(관계), 상관습, 각종 인프라, 기후, 언어 등이 다른 이 넓은 시장을 한 개의 대리상이 과연 커버를 할 수 있을까? 나아가 중국 전역을 다 커버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조직력과 자금력이 있는 대리상이 있을까?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중국 기업들 사이의 상거래에 있어서는 한국식으로 생각하는,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총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효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지역을 크게 나누는 ‘지역 총판’이 있을 뿐이다.

또 중국에서는 한국식의 ‘독점 대리상’이 없다. 필자는 90년대 후반 독점 대리상을 개척하기 위해 상하이(上海)와 인근 화동 지역을 뒤지고 다닌 바 있다. 당시 일화가 없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상하이의 업계 라오다(老大. 큰 형님)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됐다. 나는 그에게 우리 제품의 독점 대리상이 돼 줄 것을 부탁했다. 그 때 그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중국 대리상들의 생각을 얘기해줬다. “우리가 당신의 제품을 취급한다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통망에 당신의 제품을 얹어가면 될 것이오. 기존의 사무실, 집기, 직원, 물류창고, 배송차량 등을 같이 쓰면 될 것 아닙니까? 그게 효율이 높지 않겠소?”라고.

중국 대리상들의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상관습화 돼 있다고 해도 좋다. 따라서 중국 대리상과의 계약서 체결 시 일부에서 제기하는 ‘유사 제품 판매 금지 조항 삽입’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장에서 깊이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라 생각된다. 대리상 사업을 막 시작하는 중국 회사는 여건상 단일 브랜드의 대리상으로 출발은 할 수 있겠으나 경험이 쌓이면 복합 대리상으로의 발전을 꾀한다. 한국식 독점 대리상은 회사와 대리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회사가 우위를 가져가려 하나 중국 대리상은 한 개의 회사에 자신의 사업을 얽매려 하지 않는다. 특정 회사에 목이 매이게 되는 위험 부담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 중국 대리상을 소개할 때 흔히 대리상(代理商)과 ‘경소상’(經銷商)을 비교해 얘기를 한다. 즉 상품 소유권의 유무, 이윤 획득 방식이 단순 판매 수수료인 지 혹은 전체적인 경영의 결과로부터 얻어지는 것인지, 경영 활동에 있어 상품 공급자로부터 제한을 받는지 혹은 자율권을 가지는지 등에 따라 구분을 한다. 물론 이렇게 개념적으로 양자를 구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 상거래에 있어 중국 상인들은 이를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제품의 생산자 혹은 공급자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지 명칭 그 자체는 아니다. 소수의 해외 명품 대리상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대리상과 경소상을 혼용해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 파트너가 대리상이냐, 경소상이냐를 가지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중국 대리상(경소상 포함)의 주요 업무는 상품의 주문 및 배송, 수금 관리에 있다. 현실적으로 마케팅과 매장 혹은 매대 관리는 대리상의 중점 업무가 아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중국 대리상은 독점 대리상이 아니다. 여러 브랜드 및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 제품의 마케팅과 매장 관리 업무를 대리상이 알아서 잘 해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과 매장 관리는 제조사(상품공급자)가 전문 인력을 투입해가면서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대리상 역시 이를 원하고 있다.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리상을 개척하고 이들에게 상품을 인도하고 나면 현지에서 자연스레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는 하는데 이는 정말 큰 오해이다. 상품이 넘쳐나는 중국 시장에서 어느 소비자가 알지도 못하는 귀사의 제품을 척척 구매하겠는가? 수출의 경우 상품 인도 후 마케팅과 매장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상품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그 상품은 중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중국 대리상은 일반적으로 기존에 자신들이 익숙한, 관시가 있는 유통 경로 위주로 영업을 한다. 따라서 새로운 유통 경로,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도 제조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고윤철(전 중국 장쑤江蘇성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농심 상하이·베이징 지사 근무)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