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다는 말이 있듯 이 와중에 속으로 웃는 지역이나 국가들도 없지 않다. 바로 대만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호주 등이 아닌가 싶다. 사태가 예사롭지 않자 홍콩 부호들이 해외 이민을 적극 검토하면서 이곳들이 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곳들은 자신들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홍콩 부호들의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까지 제시하고 있어 향후 더욱 핫하게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보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5일 전언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으로 홍콩인들에게 구애를 보내는 곳은 역시 대만이라고 할 수 있다. 영주를 허가해주는 조건 16가지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원하는 홍콩인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가장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이는 투자 이주에 필요한 최소 투자액이 600만 대만 달러(2억3400만 원)이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아무리 홍콩이 빈부격차가 심하더라도 이 정도 액수는 엑소더스를 원하는 홍콩인들이라면 다 있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향후 연 1만 명까지 이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 3000∼4000명이 이주에 나선 것을 보면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동남아 역시 간단치 않다. 말레이시아의 케이스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정한 금액을 유치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본인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에게 10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말레이시아, 나의 두 번째 고향 비자(MM2H)’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누가 봐도 홍콩인들이 주요 타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의 여타 국가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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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위기로 보면 홍콩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무정부 상태로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부유층들이 호시탐탐 해외 이주를 노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올해가 홍콩인들이 홍콩 엑소더스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원년이 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