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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째 이어지는 이번 사태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의 폭력을 동반한 충돌은 있었으나 실탄 발사는 없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저녁 작심을 한 듯 췬안(筌灣)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앞에 둔 채 총구를 하늘로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이 거의 3개월째로 접어드는 시위 기간 내내 실탄 발사를 자제한 것으로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성격이 농후했다는 진단이다. 시위대들은 이후 중국이 홍콩 정부에 실탄 사격을 용인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더 흥분했다. 홍콩 당국은 실탄이 발사된 직후 서둘러 “해당 경찰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현재 분위기로 미뤄볼 때 중국과 홍콩 당국이 송환법 개정을 포기하라는 홍콩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지금 상황에서 밀리면 향후 현 시위대를 주축으로 하는 홍콩인들에 의해 제어가 되지 않을 만큼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당장 무력 개입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시위대가 제풀에 지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대들이 계속 완강하게 저항을 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인내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9월 13일 추석까지 소요 사태가 이어지게 되면 중국이 용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10월 1일 국경절이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는 것이다.
홍콩의 일부 지식인들은 사태가 악화되면 유혈 사태 같은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홍콩시티대학의 정위숴(鄭宇碩) 전 교수는 “중국과 홍콩, 시위대 대표들이 대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비극이 발생하면 모두가 패자가 된다”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