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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실시한 ‘온라인 개인방송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절반(50%)이 ‘하루 1번 이상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청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생 희망직업 상위 20위 현황’에서는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5위로 등장했다.
이처럼 1인 크리에이터 활동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술방이 무분별한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인터넷 방송 구조 때문에 술방이 경쟁적으로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술방’을 검색하면 고주망태가 된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썸네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를 200만명 보유한 한 유튜버는 ‘술 취해서 엄마한테 끌려나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실시간 방송을 하며 만취한 채 시청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술방에 대한 제제는 미비하기만 하다. 인터넷 방송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 서비스에 속해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지만 1분1초를 다투며 천문학적인 수의 영상이 올라오는 만큼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용자가 영상을 올릴 때 성인만 볼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을 하지 않았다면 유해 콘텐츠일지라도 누군가 신고를 해야 삭제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정서가 불안정하고 호기심과 모방성향이 강한 청소년기에 술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1일 “아직 올바른 음주관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통해 희화화된 만취 모습을 접할 경우 음주와 폭음의 심각성에 무뎌지기 쉽다”며 “술을 마시면 즐겁다거나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등의 인식이 생기면 음주효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음주행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성인보다 알코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 스트레스 등 정신적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의료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거나 과음하면 뇌가 손상되고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기억력 저하로 학습 장애가 발생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자리 잡아 각종 비행이나 범죄 행위를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청소년기는 이성과 충동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과 호르몬 체계의 미성숙으로 성인에 비해 중독에 취약하다”며 “14세 이전에 음주를 시작할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등의 고위험 음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