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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생에너지와 전력계통 안정

[칼럼] 재생에너지와 전력계통 안정

기사승인 2019. 09. 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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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지난달 9일 오후 런던 등 잉글랜드 남동부와 웨일스 인근 지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고,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자동차들은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원인은 북부지역 요크셔 앞바다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1.6GW)인 혼시(Hornsea) 풍력발전소가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영국의 풍력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의 47.6%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공식발표 뒤 1시간 만에 정전이 발생해서 반향은 더 컸다. 영국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그 전에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2016년 9월 호주의 남호주 주에서는 악천후로 인해 17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최대 풍속 38m/s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발전소를 강타했고, 22개 송전탑이 강풍으로 쓰러졌다. 문제는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재생에너지와 전력계통 연결이 불안하여 크고 작은 정전이 이어지고 복구가 지연되었다는 점이다. 남호주 주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가장 앞장서 전체 전력공급의 4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고,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고 이후 호주 연방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영국과 호주의 예에서 보듯이 재생에너지는 국가 전력망의 계통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독일·덴마크 등 재생에너지 선도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수시로 변동하고 있다. 발전량이 부족하면 주파수가 떨어지게 되는데 적정범위를 벗어나면 발전기 터빈에 영향을 미쳐 시스템이 정지되고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은 전력공급의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정한 주파수(우리나라는 60±0.2Hz)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율 20%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규모 신규투자(48.7GW)가 필요한데,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선행투자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회선 신설, 부하절체 등을 통한 연계용량 확보는 물론, 주파수 조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수발전기 같은 백업설비가 필요하다. 한전이 이미 구축한 주파수 조정용 ESS 설비(376MW)가 최소 2배로 확대되어야 하는데 적정 투자시기 선정과 소요 재원 마련이 걱정이다. 또한 양수발전 후보지 3곳이 선정되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이주민 지원 등이 제때 이루어져도 실제 건설에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해마다 이때쯤 되면 9·15 블랙아웃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여름철 피크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모두가 긴장했을 때는 문제가 없는데, 날씨가 서늘해지고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아무리 전력을 잘 관리해도 단 한 번의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된다. 얼마 전 한전·전력거래소(KPX)·에너지공단·전기안전공사 등이 ‘신재생 전력계통협의체’를 만들어 전력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정보는 설비 유형이나 규모에 따라 담당업무가 다수기관에 분산되어 전체 현황 파악이 어렵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정보공유뿐 아니라 투자 시기 조정,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등에 대해서도 전력 유관기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잘 대처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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