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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치’에 심화하는 중국의 반(反)홍콩 정서

‘차이나치’에 심화하는 중국의 반(反)홍콩 정서

기사승인 2019. 09. 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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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민,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
중국인, "홍콩인들은 오만하며 본토인을 깔보고 있다"
Hong Kong Protests <YONHAP NO-2879> (AP)
8일(현지시간) 홍콩 시위대가 중국을 독일 나치에 빗댄 ‘차이나치(Chinazi)’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서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모습./AP 연합
‘차이나치(Chinazi)’,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 등 자극적인 홍콩 시위 슬로건에 중국 본토 사람들의 마음이 상했다. 이들은 홍콩 시민이 같은 중국인임에도 중국을 무시하는 데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反)홍콩 정서를 노골화하고 있다.

23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홍콩의 젊은 시위대가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외치면서 양측의 감정적 균열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전자제품 매장의 고객들은 해가 지자 재빨리 매장을 빠져나갔다. 매니저는 “가게 문을 닫습니다. 시위가 시작되려고 하니 지금 나가주세요”라고 안내했다. 주말 시위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불평 없이 자리를 떴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는 6월 100만여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16주째 계속되고 있다. 9월 초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법안을 철회한 이후 시위 참가 인원은 감소했지만 지하철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강도는 여전히 높다. 특히 시위대는 중국을 독일 나치에 빗댄 ‘차이나치(Chinazi)’ 슬로건을 곳곳에 붙이거나 시위 중 미국 성조기를 흔들어 중국인들을 자극한다. 중국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홍콩에서는 본토인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홍콩 시위 이전부터 존재했다. 몇 년 전 홍콩을 방문한 29살의 한 베이징 주재원은 기념품 가게를 방문해 만다린어를 말하는 순간 점원이 화를 내며 터무니없는 값을 요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홍콩인들은 본토인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콩의 반중 정서를 접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인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그들은 오만하며 본토인을 깔보고 있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특히 본토보다 더 잘 산다고 주장하는 홍콩인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997년 영국의 홍콩 주권 이양 당시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의 18%에 달하는 큰 규모였다. 본토인들에게 홍콩인은 손에 닿지 않는 부를 가진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홍콩의 현재 GDP는 중국의 3%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홍콩이 필요 없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홍콩인들은 중국이 그렇게 싫다면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황치판(黃奇帆) 부회장은 최근 연설에서 “20~30년 내에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의 GDP가 홍콩의 2~3배가 되더라도 홍콩의 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게 홍콩은 해외 자본 진입지로서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콩에 대한 온건적 태도는 본토인들의 여론을 악화할 수 있어 중국 지도부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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