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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란 입장이지만 ‘젊은 CEO’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호흡이 긴 보험업의 특성상 대표이사의 자질 가운데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최 대표는 보험 관련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통상 사모펀드는 보유지분 처분 등을 통한 재무적 투자 성과에 중점을 둬 기업의 지속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경영진을 새로 꾸린 롯데손해보험은 가장 시급한 과제인 자본확충에 나선다. 금융당국 권고치 아래로 떨어진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3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이달 내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과거 그룹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시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높은 의존도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최 전무를 대표이사(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사외이사·감사위원도 전면 교체했다. 강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앉혔고, 사외이사에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 교수가 선임됐다.
앞서 JKL파트너스는 지난 2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24일 롯데손보 지분 58.49% 중 53.49%를 JKL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3734억원이다. 호텔롯데가 가진 롯데손보 지분 5%는 계속 유지된다.
최 대표 선임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대개 보험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구조조정 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데 집중해왔다. 이와 관련해 JKL파트너스 측은 “국내 토종 손보사인 롯데손보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도록 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롯데손보 인수에 핵심 역할을 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43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2000년부터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서 근무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자문관을 거쳤다. 2015년 기재부를 떠나 JKL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새 이사진 역시 쟁쟁한 이력의 금융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는 롯데손해보험을 향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명예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신 고문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파생상품학회장을 맡고 있다.
‘JKL체제’로 출범한 경영진은 우선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롯데손보는 이달 안에 JKL파트너스와 호텔롯데가 참여하는 3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말 롯데손보의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40.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유상증자 이후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90%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롯데 계열사 물량에 의존해왔던 점은 경영 리스크로 꼽힌다. 여러 신용평가사들은 대주주 변경에 따라 롯데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롯데손보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자산규모는 총 자산의 절반에 이르는데, 롯데 계열사 비중이 36%에 달한다. 호텔롯데 지분 5%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계열사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유상증자 후에도 롯데손보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JKL파트너스는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을 안게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JKL파트너스의 적극적인 지원은 재무건전성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도 “향후 규제 이슈를 고려하면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해 새로운 대주주가 적극적인 지원 태도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