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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 ②] 삼성생명 ‘맏형’ 역할 물음표…계열사 협업보단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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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 ②] 삼성생명 ‘맏형’ 역할 물음표…계열사 협업보단 ‘각자도생’

오경희 기자 | 기사승인 2019. 10.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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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중심 TF 신설에도 한계
대표없이 임직원 7~8명 전담
계열사 실적 관리 '형식 기구'
저금리에 수익성 악화 불가피
시너지 창출 구심점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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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삼성금융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에 대한 계열사 한 관계자의 평가다. 2017년 2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 후 삼성생명은 ‘금융경쟁력제고 TF’를 신설해 금융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며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정점에 서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각 금융사의 ‘보신주의’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미전실을 없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자 부문에 집중하고, 금융계열사들은 각사 최고경영자(CEO)가 책임경영을 하도록 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를 비롯해 매년 실적을 평가받는 CEO들로선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게 내부 인사들의 얘기다. 각사의 현안을 논의할 정기 사장단 회의도 사라졌다.

특히 저성장·저금리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삼성생명은 ‘각자도생’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계열사들 역시 실적 감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 금융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남아 있다. 삼성생명이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는 만큼 수장인 현 대표의 통합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현 대표는 취임 이후 2년여가 흐른 지금 이렇다 할 ‘통합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 15.0%, 삼성자산운용 100%, 삼성증권 29.5%, 삼성카드 71.9%, 삼성전자 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76%, 이 부회장이 0.06%를 각각 보유해 총수일가 지분율은 20.8%다. 현재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생명에 사실상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년여 전 이 부회장은 미전실을 해체하며 전자와 금융·건설부문 등 3개의 TF(태스크포스)를 구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경유착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금융계열사를 총괄하기 위해 ‘금융경쟁력제고 TF’를 꾸렸다. 금융계열사의 공통 현안을 조정·협의하고,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너지 창출 방안 마련이 TF 신설의 취지였다. 출범 당시 과거 미전실에서 일했던 유호석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TF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TF는 금융계열사를 통제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이사 참여 없이 7~8명의 계열사 임직원들이 업무를 맡았다. 현재 조직에 속한 임원은 TF팀장인 박종문 삼성생명 전무와 담당임원으로 일하는 손관설 상무 등 2명뿐이다. 이들은 모두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팀원으로는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 등 각 금융계열사에서 1명씩 부장급 경영지원 실무진이 파견·배치됐다.

계열사 한 관계자는 “TF는 계열사 경영실적 관리와 협의 사안에 대해 의견 조율 하는 게 전부인 사실상 형식적 기구”라며 “문제는 삼성생명 중심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을 평가받는 CEO 입장에서 내부 경쟁도 치열한데 다른 회사 좋은 일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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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부재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서 경쟁력은 약화됐다. 당장 대표 기업인 삼성생명의 실적이 미전실 해체 이후 감소했다. 2017년엔 상반기 순익으로 8969억원을 기록했지만, 업황 둔화와 맞물려 올해는 6567억원으로 2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8%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나빠지자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2월 1일 기준 10만9000원이었던 주가는 21일 7만600원으로, 35%나 빠졌다.

지난해 취임한 현 대표의 최우선 과제 역시 수익성 방어였다. ‘재무통’으로 불리는 현 대표는 취임 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왔다. 그 결과 순이익은 줄었지만, 보험사의 장래 이익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가 늘었다. 2분기에만 전년 동기(2560억원) 대비 40.2%가 증가했다. 또, 부동산과 채권을 매각해 시장 예상치보다 실적 하락폭을 줄였다.

앞으로 경영 환경도 가시밭길이다. 중장기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저금리로 운용수익을 내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탓에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보다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더 많아질 상황에 처했다. 이차역마진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시장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생명은 순익 규모를 지키기 위해 자산을 지속적으로 팔 전망이다.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도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투자자산 매각과 자산운용전략 변화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상황을 뒤집을 만한 뾰족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황 둔화와 정부 규제, 경쟁사들의 추격 등으로 계열사들이 처한 상황도 좋지 못하다. 지난 8월 초 이 부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을 따로 모았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금융쪽이 어려우니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지분해소 문제도 풀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자산 대비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통과 시 삼성생명은 약 1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지분을 털어낼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대표는 개별사 수장으로서 양호한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들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TF 출범과 현 대표 취임 이후 금융계열사들은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에 소극적이었다. 매년 경영성과로 평가를 받는 CEO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 연말인사에서 거취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통합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배제할 수 없다. 다만 2021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데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변수로 연말인사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전망도 있다. 비상 경영 속에 대규모 인사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미전실 해체의 정당성과 TF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명확한 방향성을 정하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그룹 재벌 체제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미래기획부서를 인위적으로 없애면서 의사결정에 한계를 보이는 부작용도 있다”며 “여러 사업부문을 가진 기업집단에서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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