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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비리가 만연한 중국 군부에서 고위급 장성들이 낙마하는 것은 크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요 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칼을 맞은 경우는 많지 않다. 둘의 낙마가 단순한 비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했던 둘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군부 내 최측근으로 알려진 팡펑후이(房峰輝·68) 전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합참의장에 해당)의 직계였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진짜 그렇지 않나 싶다. 더구나 팡 전 참모장이 지난해 10월 부패 혐의로 낙마한 후 올해 초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에 이를 경우 둘이 지금 낙마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문제는 19기 4중전회가 끝난 다음이 아닐까 싶다. 만약 둘이 비리로 낙마한 것이 아니라면 팡 전 참모장의 추종 세력을 겨냥한 후속 조치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주석이 최근 국내외의 각종 악재로 인해 상처 입은 리더십을 만회하기 위해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면 진짜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여기에 팡 전 참모장이 재임 기간 중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만큼 칼을 들이댈 명분도 충분하다. 4중전회를 앞두고 군부에서 유독 바짝 긴장한 채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가 포착되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보인다. 권력투쟁의 조짐 운운의 말 역시 결코 괜한 게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