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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시대’ 가고 신남방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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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시대’ 가고 신남방시대 온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기사승인 2019. 11.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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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자영업자들 대거 동남아행, 중국은 그 현장
베이징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요즘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이 불후의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기회의 땅이 된 중국이 이제는 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변해가는 모양새가 너무나도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경쟁적으로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서는 행렬을 목도하게 된다.

한마디로 ‘차이나 드림’ 시대는 이제 재중 한국인의 뇌리에서 거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스트 차이나 드림의 대체지로 수년 전부터 서서히 떠오르던 동남아시아 지역이 최근에는 더욱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중국 내 한국 기업들과 개인들은 시의 적절하게 현지로 대거 몰려가고 있다. 또 한 발 늦은 기업이나 개인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진출을 암중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의 낙토인 중국이 지금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신남방 시대 개척에 나서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나 개인들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주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차이나 드림의 환상이 고작 한 세대 만에 차이나 엑소더스의 비극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기업들의 행보가 확실한 방증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롯데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사업장을 거의 모두 매각하고 중국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었다. 롯데에서 백화점 사업을 담당했던 K 모 전 임원은 “중국은 엄청난 내수만 놓고 봐도 확실히 매력적인 시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장벽도 만만치 않다.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채 진출하면 100% 실패한다. 롯데는 대기업이기는 하나 이 점에서 실수가 있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철수는 필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롯데의 실패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최근 문을 닫은 삼성전자의 후이저우 공장. 차이나 엑소더스의 현실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제공=중국삼성 홈페이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케이스도 나을 바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반도체 공장은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 사업장의 상황은 참담하다. 심지어 톈진(天津)과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의 휴대전화 공장은 문을 닫고 생산라인을 베트남과 인도로 옮겼다.

조업률과 판매량 폭락으로 고전하는 현대자동차는 견디다 못해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렸다. 이미 일부 라인을 해체해 현지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최저가에서 최고가까지 없는 차종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 경우에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그렇지를 못했다. 값도 브랜드 파워도 어정쩡한 상황에서 경쟁을 이길 도리가 없었다”는 북경현대 A 협력업체 임원인 김중섭 씨의 고백은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로 일부 생산 라인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SK나 LG 등 다른 대기업들이라고 뾰쪽한 방법이 있을 턱이 없다. 두 그룹 모두 상당수의 주재원을 철수시킨 다음 눈에 두드러진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그렇다고 해야 한다. LG는 최근 베이징의 쌍둥이 빌딩까지 매각해 중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할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바우
최근 문을 닫은 왕징의 한 한국 식당.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송훈천 (주)KRCN 회장이다. 문을 닫기 전 베이징의 경제인들과 마지막 저녁을 하는 모습이다./베이징=홍순도 특파원.

◇신남방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불행 중 다행’

이런 상황은 자영업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너 나 할 것 없이 거의 재앙 상황에 직면해 헤매고 있는 현실이다. 엑소더스에 나서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 여파로 한때는 100만명을 바라보던 전 대륙의 교민 수가 20만∼25만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베이징 역시 한때는 교민이 10만명을 상회했으나 지금은 많아야 3만∼4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최대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한국 상권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가장 많은 교민들이 종사하는 요식업 분야는 경쟁이라도 하듯 문을 닫고 있다.

한때 베이징의 명물 비원을 비롯해 4곳의 식당을 운영했던 송훈천 (주)KRCN 회장이 “문을 열어봐야 적자만 쌓인다. 그래서 4곳의 식당을 모두 접었다. 이제 차이나 드림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 떠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소회를 남겼다. 그는 베이징을 떠나 제주도로 이주했다.

현재 송 회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민들은 부지기수다. 이미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중국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상당수는 국내로 귀환하기도 했으나 재기를 꿈꾸면서 동남아로 향한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신남방 시대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행선지는 베트남이 첫 손에 꼽힌다. 저렴한 물가와 곳곳에 숨어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외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적합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족을 말레이시아에 보내고 베이징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장기영 씨는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하는 동남아는 지금 제2의 중국이 되고 있다. 중국 생활 경험자들이 교민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의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앞으로도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근로자들의 임금, 홍콩 못지않은 엄청난 부동산 가격,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인들의 애국주의가 거의 당연한 현실로 굳어져 버렸다. 대안을 따라 떠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 대안은 바로 베트남을 필두로 하는 동남아다. 신남방 시대는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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