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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접속고시, 무정산으로 돌아가야”… ‘인터넷망=공공재’ 정부 개입 필요

“상호접속고시, 무정산으로 돌아가야”… ‘인터넷망=공공재’ 정부 개입 필요

기사승인 2019. 11. 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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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토론자들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에 참여 중이다./사진=장예림 기자
ISP(인터넷사업자)와 CP(콘텐츠사업자)간 망 이용대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인 ‘상호접속고시’를 현행 종량제 기반이 아닌 무정산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인터넷망은 ‘공공재’ 특성이 강해 ISP와 CP간 갈등이 아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단법인 체감규제포럼과 오픈넷은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를 열고 이와 같은 비판을 냈다. 지난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이통3사간 상호접속료 정산방식이 ‘무정산’에서 ‘트래픽에 따른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CP는 망 이용 부담이 커졌다며 ‘무정산’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ISP는 오히려 단위당 망 비용부담은 적어졌다며 맞서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량제는 쓴 만큼 비용을 내는 것으로 정의에 부합해 보인다. 그러나 피어링(peering) 구조에서 쓴 자가 누구인가”라며 “쓴 자는 결국, ISP가 아니라 ISP 가입자인 엔드유저(end user)다. 가입자는 ISPT에게 접속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고시’라는 입법 형식이 위반됨을 지적했다. 그는 “고시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사실을 일반에 알리기 위한 문서를 말한다”며 “망 중립성의 본질적 요소이고, 인터넷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국민 인터넷 서비스 품질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고시 형식으로 제정한 건 입법형식 위반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올려서 논의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승 목포대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법 제도는 일반 법제도, 시행규칙 등을 두고 있는데, 그 레이어마다 반영해야 하는 의무나 과정이 달라진다”며 “고시에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직접 규정하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 (직접 규정하는 게) 가능할 때는 기술적이거나 전문적일 때다. 당연히 법규로 올려서 논의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민호 교수는 “조속히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하여 글로벌 스탠더즈에 부합하고 ISP와 CP가 상생할 수 있는 무정산방식으로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며 ‘무정산’으로의 복귀를 주장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도 “국내 통신 3사의 전용회선료가 KT는 1Mbps에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10Mbps에 각각 월 363만원과 월 419만원을 받는다. 미국의 AT&T는 100Mbps 상품을 월 993달러에 팔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과 비교해 한국의 상호접속료 수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내에서의 상호접속료 수준도 싱가포르, 홍콩, 도쿄보다도 한국이 높고 이는 무정산을 상호정산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정보를 공유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인데, 여기에 대해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정보를 올리기 두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CP 외에도) 정보 소비자들은 이미 각 지역 망 사업자들에게 접속료를 내는데, 글 올린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 봤는지에 따라 돈을 요구하는 망 이용료는 정보 전달료다”라며 “이는 인터넷 구동원인 망 중립성이 보호해주려고 했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경 과학기술대 교수는 “피어링의 본질은 무정산 방식인데 이에 위배되는 상호정산 방식을 정부가 강제해 반경쟁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1계위 국제망 사업자에 일본의 NTT와 스프린트, 홍콩의 PCCW 등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은 한 개 사업자도 1계위에 들어가 있지 않다. 정부가 내수 중심의 근시안적 네트워크 정책을 펴면서 해외 대형 CP에게 캐시서버를 통해 대안을 찾으려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국제망 1계위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강력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호접속고시 개정은 CP의 비용인하를 막는 대신 오히려 ISP의 수익을 향상시켰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주한 정책연구를 보면 통신사 측이 해당 고시가 정당한 수익확보를 위함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상호접속고시가 통신사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상호접속고시 개정의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호접속고시 개정 당시 정산방식 변경 규제 목적이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용 회수 △인터넷망 사업자의 투자유인 제고였는데, 사실 모든 규제의 목적은 ‘공익 실현’에 부합할 때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ISP의 두 가지 규제 목적이 ‘공익 실현’에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인터넷망 인프라를 구축해 좋은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공익 실현’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익 실현 측면에서 인터넷망 사업은 국가의 책무고, ISP 사업자가 현재 시장 구조 하에서 망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어 더 이상 망 투자가 곤란할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라면 국가가 직접 ISP 사업을 하거나 공기업을 설립해 ISP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망 인프라 확충은 국민 삶의 질과 직접적 연관성이 높아 ‘공공재’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민호 교수는 “상호접속고시에 있어서 정산 문제, 제로레이팅, 5G 슬라이싱 네트워크 문제들은 어떻게 보면 정부(과기정통부)가 ISP 손을 들어주고 CP에게 억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ISP와 CP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앞단에서의 근본적인 어려움들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구동원리 정신을 보면, 답은 명확하다. ISP와 CP의 갈등이 아닌, ISP 문제는 ISP가. CP 문제는 CP가 하는 식으로 분리 판단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갈등 구조를 만든 정부 책임이 크다”고 부연했다.

조윤영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도 “인터넷 환경은, ISP가 갖고 있는 영역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ISP는 도로와 같이 공공재와 같다”며 “결국 국가가 ISP에게 인터넷망이라는 도로를 맡겨서 사이버상 도로를 만들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방치하는 셈이다. ISP와 CP간 문제가 아닌 국가와 ISP간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교수는 “국가 간섭이라는 게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에 있어 최소화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필요 부분에 있어 적절한 간섭이 필요하다”며 “고시 수준에서의 입법화 단계가 아닌, 높은 단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국회나 정부 당국의 높은 관심과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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