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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기사승인 2019. 11.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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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은 사업에서는 더 이상 만만디 아냐
며칠 전 우연히 한 언론의 중국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됐다. 대강의 내용은 “중국인은 계약서에 쓰여 있는 각 사항이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 오래 전의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중국 기업, 중국인은 아주 상세히 조목 조목 계약 내용을 체크한다. 만일 상대방이 이를 어길 시에는 폔쯔(騙子. 사기꾼)라고 해서 업계와 주변에 소문을 내고 소송 등을 통한 법률적 해결 방안을 찾는다. 확정된 계약 내용을 추후 변경하거나 미 실행하는 것이 이미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지도 오래 됐다. 중국 기업들 중 많은 회사들은 이제 회사 내에 법무 부서를 운영하거나 외부 법률사무소와 장기 계약을 맺어 업무 중 발생하는 계약 내용을 검토케 하고 있다. 개인이나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에도 중요 계약은 주도적으로 외부 변호사와 상의한다. 또 문제가 있을 때에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상담에 임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가 접해본 중국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모든 계약서를 사내 법무 부서의 검토 후 결재를 올리도록 하고 있다.

고윤철
고윤철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중국 주재 30년의 유통 전문가로 손꼽힌다.
최근 중국 현지에 나와 있는 모 기업의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분 왈, “교류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업무 처리가 늦어 자주 답답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필자는 그 분이 뭔가를 잘 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중국 기업이 실제 업무를 지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 봤어야 했다. “중국 사람들은 일 처리가 늦다”는 것 역시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된 것이다. 지금의 중국 기업은 ‘속도’를 중요시 한다. 물론 모든 중국 기업이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남들보다 느리면 그 만큼 기회와 시장을 잃게 돼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 기업인들은 회사 내에서 속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몇 몇 중국 기업들은 각 직급 별로 약간의 차등을 둬 품의서를 정해진 시간 내에 결재를 해야만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 중국 대기업은 규정된 시간 내에 결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당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직원들은 회사 내외의 회의가 저녁 늦게까지 길어지거나 외부에서 거래선과의 저녁 식사가 있어도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결재를 마치고는 한다. 기본적으로 품의서 기안이 최초 올라 간 시간을 기준으로 최종 결재까지 24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매월 월간 품의서 결재 시간을 분석해 어느 부서 누가 품의서를 쥐고 결재 시간을 지연시켰는지를 공표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것을 소명해야 한다.

이렇듯 이미 과거가 돼 버린 것들을 마치 지금의 중국의 얘기인 것인양 이해하고 전파하고 있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혹자는 중국에서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들이 매년 오픈한 매장 수를 그 근거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땅이 넓다 보니 매장 수를 늘려나갈 여지는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들은 이미 진출한 1, 2선 도시에서 대부분 매장의 판매액이 과거 대비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또 브랜드들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소득이 늘어나고 날로 새로운 상품들이 넘쳐나니 더 이상 유니클로, H&M, GAP, C&A 등과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예전과 같은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또 중국에서 IT 기술과 접목한 무인점포가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를 한다. 무인점포는 등장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추진한 일부 주요 업체들은 이미 도산하거나 사업을 접었다. 무인점포 역시 과거의 산물이 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사회, 사고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대단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만만디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중국의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식과 인지도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때때로 중국 파트너와의 합자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중국 거래선과의 업무에 대한 대화도 겉돌기 일쑤이다. 한마디로 중국 소비자의 변화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중국과 교류할 때면 이런 변화를 좀 더 실질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고윤철 (현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장쑤江蘇성 南京난징 홍양弘陽그룹 상업부문 부회장, 난징 진잉金鷹국제상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농심 상하이 및 베이징 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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