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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스템은 혁명적이다. 지하철에 탑승할 때 이용하던 기존의 티켓이나 휴대전화 정보무늬(QR코드)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승객이 탑승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에 얼굴을 가져다 대면 컴퓨터가 사전 등록된 정보를 인식해 탑승하도록 한다. 시스템 사용을 원하는 승객은 정저우 지하철 당국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해 얼굴 정보를 등록한 다음 본인의 은행 계좌 등을 이 앱과 연결하면 된다. 요금은 탑승과 하차 지점을 인식해 계산된 후 앱에 등록된 계좌에서 승객이 하차할 때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정저우 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 앱을 다운로드받은 시민은 2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일 이용하는 승객도 1만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정저우 당국의 전언이다. 이 상태라면 1000만명을 넘는 정저우 인구의 대략 50% 정도가 이용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얼굴인식 기술은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연동된 탓에 웬만한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에서는 다 상용화돼 있다. 중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 곳곳에도 이미 도입돼 있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에서는 거의 보편화돼 있다고 보면 된다. 또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上海)·광둥(廣東)성 선전 등에서는 이 기술이 도로 교통 통제와 교통 법규 위반 단속에도 이용되고 있다. 사회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한국을 비롯한 ICT 선진국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분별한 적용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ICT 전문가 저우(周) 모씨는 “실용성 측면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사회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보가 유출된다는 점에서 볼 때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선진국에서 ‘빅브러더 사회’에 대한 우려가 대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면서 안면인식 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선진국에서 이용이 더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기술 상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