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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사건 뒷이야기] ‘계획 범행’ 정황 많아…檢, 철저한 준비로 1심 사형 판결 이끌어내

[안인득 사건 뒷이야기] ‘계획 범행’ 정황 많아…檢, 철저한 준비로 1심 사형 판결 이끌어내

기사승인 2019. 12.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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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대상 나오지 않자 직접 찾아간 '증거' 포착…'계획 범죄' 검찰 주장 방증
살해 도구 구입한 '영수증' 확보…범행 대상 제외 인물엔 치명상 입히지 않아
경찰차 타는 안인득<YONHAP NO-3366>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지난 7월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연합
“왜 그러셨어요?”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진주지청의 정거장 검사(33·변시 2회)와 박원석 검사(35·사법연수원 46기)가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42)을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경찰에서 다 말했습니다”라는 대답만 내놓던 안인득은 갑자기 “내가 싫어하고, 나를 욕하고 다니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며 계속해서 A씨의 이름을 언급했다.

정 검사와 박 검사는 A씨가 안인득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A씨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주의깊게 살피지 않았다.

그러던 중 두 검사는 안인득 사건을 수사하면서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OOO호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모양의 피가 묻은 손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엔 핏자국의 크기를 확인해 손자국의 주인을 특정하려했으나,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실패했고 나중에는 그마저도 물청소로 인해 없어지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인종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혈흔을 확인해보자는 검찰 수사관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인종을 분해한 뒤, 남아있던 피 한 방울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이후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아든 이들은 다소 의아했다. 해당 유전자는 안인득에게 살해당한 여고생의 것인데, 이 여고생은 현장에서 즉사한 점을 고려할 때 도저히 OOO호까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 불현듯 ‘여고생의 혈흔을 묻힌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두 검사의 뇌리를 스쳤다. 이에 검찰은 손의 모양을 추론하는 등 과학적인 검증작업을 진행했고, 안인득의 손자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문투성이였던 손자국 주인의 정체는 추후 안인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핏자국이 묻어있던 OOO호는 안인득이 첫 검찰 조사에서 불만을 털어놓았던 A씨의 집이었던 것이다. 안인득은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평소 반감을 가지고 있던 A씨가 나오지 않자, 직접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A씨는 연기가 사그라들 때까지 집안에서 기다렸던 덕분에 험악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울러 안인득은 사건 당일인 지난 4월17일 새벽 휘발유를 구입해 자신의 집에 들어간 뒤, 3시간여 뒤인 오전 4시께 불을 질렀다. 집안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칼을 구입한 영수증도 발견됐다. 우발적 범행이었다면 사전에 흉기를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같은 정황 증거들은 안인득의 범행이 철저한 계획 아래 벌어진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안인득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이들을 무참히 살해하기도 했다. 불이 난 뒤 안인득이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층간소음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던 B씨를 비롯한 506호 거주자들이었는데, 평소 안인득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집에 인분을 뿌리는 등 사이가 틀어져 있었음에도 B씨는 “불이 났으니까 같이 도망갑시다”라며 안인득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안인득 사건으로 인해 살인 피해자 5명, 살인 미수 피해자 4명, 특수상해 피해자 2명 등이 발생했다. 검찰은 안인득이 정해놓은 범행 대상이 아니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정도의 공격을 가하지 않았을 만큼 ‘묻지마 살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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